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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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멕시코 경제 반사이익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인접국에 생산설비를 옮기는 '니어쇼어링'을 추진하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경제부는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8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경제부는 스페인어권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가 멕시코 방송사 유니비전을 인수한 48억달러를 제외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멕시코 FDI 금액 중 100억달러가량이 제조업 설비 확장에 투입됐다. 60억달러가량은 제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업에 쓰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64억달러로 최대 투자를 기록했고, 스페인(38억달러), 아르헨티나(17억달러), 네덜란드(16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광업 부문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축소됐다. 올해 1분기 멕시코 광업에 대한 FDI는 4억 1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멕시코 의회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멕시코 광업에서 캐나다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겼다. 전쟁으로 자원 보호주의가 떠오르자 지난달 멕시코 상원에선 광산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광산 사전 조사, 환경 영향 평가, 수자원 보호 등 관련 비용을 모두 기업이 부담하는 게 골자다.

광업에서 FDI가 부진했지만 외국인 투자 총액이 증가한 이유는 니어쇼어링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급망 재편에 나서며 인접국인 멕시코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텍사스주와 맞닿은 누에보 레온 지역이 23억달러를 유치하며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니어쇼어링 효과 본 멕시코…외국인투자 48% 늘었다
멕시코 은행 반코 베이스의 가브리엘 실러 이사는 "멕시코에 대한 FDI의 대부분은 이미 구축된 생산설비를 확장하는 데 투여됐다"며 "재투자의 일환으로 보이며 올해 멕시코 수출 전망도 개선될 전망이다"라고 설명했다.

멕시코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저렴한 생산 비용이 꼽힌다. 북미와 달리 가스와 연료비가 낮은 편인데다 인건비도 저렴한 수준이다. 남미 국가와 달리 환율도 안정세를 이어와 환위험도 적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강화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인해 무역장벽도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멕시코가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회사들은 연달아 멕시코 설비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누에보 레온에 45억달러를 들여 전기차 공장을 증축하기로 지난 3월 결정했다. BMW도 멕시코 중부 산루이스포토시주(州)에 8억 유로를 투자해 차세대 전기차를 생산할 방침이다.

실러 이사는 "현재 추이가 계속되면 올해 멕시코의 FDI는 43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난해보다 51% 증가한 수치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