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조만간 해빙"…美, 중국 국방부장 제재 해제 가능성
미중 국방 채널 복원될수도…中의 러시아 상대 '지렛대' 역할 기대

미국이 서방 각국과 연대해 중국 상대로 압박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것처럼 보이는 가운데서도 미중 관계의 '해빙' 가능성이 제기돼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 이후 냉각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21일 폐막한 G7 정상회의의 분위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중, 바이든 말대로 '해빙' 맞을까…中 우크라전 중재노력 변수
◇ G7 공동성명, 중국 견제 이전보다 강화
66개 항의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코뮤니케)을 보면 G7의 대중국 조치는 이전보다 강했다.

경제영역에서 중국과 '디커플링'(분리)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핵심 공급망에서 과도한 의존성을 줄일 것"이라고 명시했다.

첨단 반도체 등과 희토류·리튬 등 핵심 광물을 겨냥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일치된 대응책을 낼 것이라는 회의 이전의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을 배제하는 관련 품목 공급망 재편에 서방의 참여가 이전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 대해서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한다"며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는 물론 중국군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를 사실상 명시했다.

중국의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서도 견제했다.

아울러 중국의 티베트 탄압과 신장을 포함한 중국 내 인권 상황, 퇴보하는 홍콩의 자치 보장 문제도 짚었다.

이처럼 중국 당국이 그동안 대내외에 강조해온 '핵심 이익'에 대해 G7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준으로 경고장을 날렸다는 점에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 바이든, 해빙 언급한 배경은
우선 G7 정상회의 개최 이전까지는 미국의 주도로 더 강한 중국 견제 메시지를 내놓자는 분위기가 뚜렷했으나, 정상회의 과정에서 상당한 상황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의 과정에서 일본과 캐나다·영국 등이 미국에 가세했을 공산이 커 보이지만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다른 견해를 비친 결과 중간 지점을 택한 흔적이 역력하다.

G7 정상회의 폐막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해빙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어 보인다.

미중, 바이든 말대로 '해빙' 맞을까…中 우크라전 중재노력 변수
외교가에선 수년째 인공지능(AI)·첨단반도체·대만 문제 등 경제·안보에서 갈등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진 데다 올 들어선 정찰 풍선 사건까지 겹쳐 미·중 관계가 크게 경색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중 양국이 그동안 공개적인 만남을 갖지 않은 채 가시 돋친 공방을 해오면서도 '물밑 접촉'을 해온 점도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최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데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의 방중이 논의 중인 점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대통령의 해빙 언급이 구체적이라는 점도 외교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물차 두 대 분량의 정찰 장비를 싣고 있던 실없는(silly) 풍선을 미국이 격추한 사건이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서 얻은 선의를 약화시켰다"면서도 곧 해빙의 시작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 행정부가 그동안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이는 구체적인 해빙 조치를 하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미국이 리 국방부장을 인정한다면, 그동안 닫혀 있던 미중 국방장관 채널 복원이 가능하다.

◇ 국제사회, 中 우크라전 중재 노력에 촉각
이런 가운데 중국의 우크라전 중재 특사인 리후이 유라시아 사무 특별대표의 행보에도 국제사회의 시선이 몰린다.

중국의 종전 중재 노력이 미중 해빙을 이끄는 변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리후이 대표는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폴란드·프랑스·독일을 들렀으며,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을 방문해 조율을 거친 뒤 최종 방문지인 러시아를 찾을 예정이다.

미중, 바이든 말대로 '해빙' 맞을까…中 우크라전 중재노력 변수
우크라이나가 '여름 대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F-16 전투기를 포함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대폭 강화되자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는 등 전황은 험악하다.

여기에 국제사회에선 중국이 작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기 거부하고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중재 노력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리후이 대표를 통해 중재 외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리후이 대표의 관련국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시각도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갈수록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종전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만약 중국이 노력해 러시아의 양보를 관철하는 쪽으로 우크라이나전이 종전된다면, EU의 대중국 제재는 헐거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의 중국 제재가 약화하면, 미국으로서도 제재 강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중국 압박에 EU가 가세하는 걸 막기 위해 전력투구해왔다.

리후이 대표가 지난 19일 "유럽 평화를 장기적으로 보장할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유럽 안보 틀을 만드는 것을 원한다"고 언급한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여기에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 중재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로 알려진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중재 외교가 탄력을 받고 있다.

또 외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세네갈·이집트·콩고공화국·우간다·잠비아 등 6개국 대통령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대표단도 다음 달 각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양국 지도부와 회담할 예정이다.

미중, 바이든 말대로 '해빙' 맞을까…中 우크라전 중재노력 변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