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훈련해 전쟁 투입하자"는 러 의원…"바보짓" 뭇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의회 방송이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동영상 게시물에 따르면 시베리아 야쿠티야 지역 출신 국가두마(연방하원) 의원인 페도트 투무소프는 전날 원내 회의에서 위험한 유기견 처리 방안의 하나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아주 많은 개 훈련사가 있고, 그들이 유기견들을 여러 가지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크고 사나운 개들을 훈련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자"고 발의했다.
또 "훈련된 개들은 부상병 이송을 돕고, 지뢰 제거 작업에도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2차 세계대전 경험이 보여주듯 개들은 다른 일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무소프 의원은 30여년 경력의 유명 정치인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지해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 같은 발언은 이날 하원이 지방 정부에 위험한 유기견을 안락사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는 동물처우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지난 4월 남부 오렌부르크시(市)에서 어린 소년이 떠돌이 개들의 집단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포함해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자 러시아에서는 유기견 처리 문제가 몇 달 동안 공개 토론의 주제가 돼 왔다.
투무소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투무소프 의원의 발언을 공유하면서 "러시아의 광기(狂氣) 수준이 궁금하다면 이 영상을 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탈소비에트·국제 정치 전문가인 제이슨 제이 스마트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신기술(훈련된 유기견)'과 거의 1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의 패트리엇 미사일 '신기술' 사이의 엄청난 차이를 보라"고 비꼬았다.
러시아 개 사육사 협회 회장 엘렉트론 데멘티예프는 "전형적인 바보짓이다. 대부분의 유기견은 훈련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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