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소 대통령, '탄핵 논의' 국회 출석…"野서 터무니 없이 비난"
이르면 금주 탄핵 여부 투표…대통령, 국회 해산권 발동 가능성도
에콰도르, 대통령 탄핵? 국회해산?…행정부-의회, 정면충돌 조짐
에콰도르 국회가 대통령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건 가운데 위기에 몰린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국회 해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에콰도르가 극심한 격랑에 휩쓸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콰도르 국회는 1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수도 키토의 국회 본회의장에서 라소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한 본회의를 열었다.

여소야대로 꾸려진 에콰도르 국회(재적의원 137명)에서 탄핵소추를 주도한 야당 의원들은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변론을 차례로 진행했다.

현지에서는 87석 정도를 중도좌파 계열 야권으로 분류한다.

라소 대통령은 중도우파로, 중간에 일부 의원이 대거 탈당하며 현재 소속당 의원은 13명에 불과하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야권의 비비아나 벨로스 의원은 "대통령은 이제 도망칠 수 없으며, 변호사들 뒤에 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국정운영을 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희생시켜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오후 주요 장관들과 함께 국회에 직접 출석한 라소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 단죄 시도'를 야당의 터무니 없는 공세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에콰도르, 대통령 탄핵? 국회해산?…행정부-의회, 정면충돌 조짐
라소 대통령은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들은 자신의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이렇게 정치 공방을 벌이는 비합리적 대립을 끝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연관된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해 반박하기도 한 그는 "한국이나 중국처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 활동을 하는 나라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는 무역 의제 수행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성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라소 대통령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를 비롯한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 국가 예산에 손해를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승인했다는 혐의와 고위 공직자들 횡령에 일부 가담했거나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엘코메르시오 등 현지 매체는 국회 내 탄핵 찬성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4일 96명의 의원(재석 136명)이 야권의 비르힐리오 사키셀라 의장 재선을 지지했는데, 이는 탄핵에 필요한 92표(재적의원 ⅔ 이상)를 넘는 수치다.

탄핵 부결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라소 대통령에 대해 극도로 악화한 민심과 국회 내 상황 등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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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은 국회 탄핵 투표 전 자신의 잔여 임기를 포기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고,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함께 요구할 수도 있다.

현지에서는 헌법상 대통령의 이 권한을 '동반 사망'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되면 약 6개월 이후로 예상되는 선거 시점까지 사회 혼란은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최대 원주민 단체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은 '동반 사망'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적인 반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본회의를 종료한 뒤 국회의장은 닷새 안에 투표를 위한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다른 돌발 상황이 없다면 금주 중 탄핵 투표를 진행하거나 국회해산권이 발동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