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의 ARC오토모티브가 제조한 에어백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며 대규모 리콜(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리콜 대상이 된 에어백은 6700만 개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어백 리콜인 일본 다카타 사태에 육박하는 수치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ARC오토모티브의 에어백 인플레이터(inflator·에어백 가스 발생 장치)에 안전상 결함이 있다며 리콜을 잠정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에어백은 2001년 이후 차량에 장착되기 시작했다. NHTSA는 2018년 1월 전에 제조된 모든 에어백이 리콜 대상이라고 했는데, 개수로는 6700만 개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BMW, 현대자동차, 기아 등 12개 완성차 회사가 판매한 차량에 이 에어백이 장착됐다.

리콜 결정에 제조사인 ARC오토모티브는 “자체 실험 결과 에어백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NHTSA는 ARC오토모티브의 에어백이 폭발하며 금속 파편이 나와 탑승자에게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NHTSA에 따르면 ARC오토모티브 에어백이 장착된 차량에서 지금까지 최소 9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나왔다. 문제의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이 3000만 대 이상일 것이란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GM은 NHTSA의 지침을 받아들여 100만 대 가량의 차량에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 건은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어백 리콜인 2013년 다카타 사태를 연상케 한다고 WSJ는 평가했다. 다카타 에어백에서는 인플레이터 작동 시 금속 파편이 튕겨 나오는 결함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최소 22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하며 다카타 에어백은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렸다. 리콜 대상이 된 다카타 에어백 수는 7000만 개로 미국 역사상 최다였고, 이를 장착한 차량은 19개 회사의 4200만 대였다. 다카타는 에어백 결함을 은폐한 혐의가 인정되며 유죄 판결을 받았고, 경영난 등으로 도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