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밀 산지 중 하나인 미국에 비가 내려 가뭄이 진정될 거란 전망에 밀 선물 가격이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향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6월물)은 전 장보다 부셸당 11센트 떨어진 6.42달러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밀 선물 가격은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21개월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밀 선물 가격 동향>
자료: 로이터통신
<밀 선물 가격 동향> 자료: 로이터통신
밀 선물 가격이 하락하는 건 미국의 비 소식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밀 경작지에 그동안 가뭄이 들면서 작황 우려가 큰 상황이었으나, 다음 주 중 비가 내릴 거란 예보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지역의 작황도 양호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작년만큼의 풍작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양의 밀을 수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에서도 가뭄이 든 스페인과 북부 이탈리아를 제외하고는 작황이 양호하다.

단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수출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러시아가 파기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다. 게나디 가틸로프 제네바 유엔사무소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제기한 문제에 진전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협정을 맺으면서 그 대가로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도 정상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제재 때문에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틸로프 대사는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정상화에) 진전이 없는 한 다음 달 18일 이후 흑해 곡물 협정 갱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변수가 될지도 관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 주석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소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고 트윗했다.

한편 APK-인폼 컨설팅은 전날인 25일 낸 보고서에서 2023~2024마케팅연도의 우크라이나 밀 수출량 예상치를 전년보다 37% 줄어든 880만톤(t)으로 제시했다. 수확량 및 재고 감소 가능성을 크게 봐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