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치, 그간 우크라전 중립 표방…"표리부동 또는 미 압력 굴복 시사"
유출 美기밀문서 "친러 세르비아마저 우크라에 무기지원 동의"
유럽 44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세르비아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거나 지원하기로 한 정황이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서에서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군에 훈련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은 거부했으나, '치명적 원조품'(분쟁이나 전쟁의 시기에 무기, 군수품, 군용 차량 등의 원조품)을 보내주기로 약속했거나 이미 보낸 국가로 분류됐다.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유럽의 대응'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문서는 차트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 원조 요청에 대한 유럽 38개 정부의 입장을 ▲ 훈련 제공 약속 ▲ '치명적 원조품' 제공 약속 ▲ 이미 훈련이나 치명적 원조 제공 ▲ 미래에 치명적 원조품을 제공할 능력이나 정치적 의지를 갖춤 등 4개의 범주로 나눠 열거했다.

세르비아는 이 문서에서 향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정치적 의지와 군사적 능력도 있는 국가에도 포함됐다.

4개의 범주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국가는 오스트리아, 몰타 2개국뿐이었다.

로이터는 작성 날짜가 3월 2일로 돼 있는 이 문서에 합동참모본부 직인과 함께 '비밀'(secret), '외국인 금지'(NOFORN) 등 표기가 돼 있었다면서, 문서의 진위를 자체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세르비아 대통령실과 우크라이나 대사관, 미 국방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천명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 유출된 기밀이 담고 있는 내용은 의외로 평가된다.

유출 美기밀문서 "친러 세르비아마저 우크라에 무기지원 동의"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 재단의 동유럽 전문가인 야누스츠 부가이스키는 "만약 이 문서가 정확하다면 이는 러시아에 대한 부치치 대통령의 표리부동을 보여주거나, 그가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전달하라는 커다란 압박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미 국방부 문건 유출에 앞서 1개월가량 전에도 세르비아 방위산업체 크루시크가 작년 11월 122㎜ 지대지 다연장 로켓을 우크라이나에 보낸 것으로 돼 있는 문건들이 친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적이 있다.

해당 문서 역시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러시아는 세르비아 정부에 이와 관련한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크루시크는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또는 다른 무기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부치치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의혹은 '악랄한 거짓말'이라며 펄쩍 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5일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도 "우리는 어떤 무기나 탄약도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에 수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세르비아의 국정 목표인 유럽연합(EU) 가입과 친러시아 전통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세르비아는 유럽 4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앞서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미 주요 언론이 소셜미디어에 무더기로 유출된 미군 기밀문서를 6일부터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미 정부는 경위 조사에 착수했다.

약 100쪽 분량으로 알려진 문제의 문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포함한 주요국 정세를 진단한 것으로, 특히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상대로 도·감청을 이어온 정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