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소가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 34개를 모두 부정했다. 그는 법정에서 “무죄다”라고 답변한 것 외에는 50분 동안 침묵을 지켰다. 공소장에서 확인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모두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외에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도 입막음을 위해 돈을 건넸고, 이 과정에서 기업 문서를 조작한 혐의가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 맥두걸 외에 또 다른 인물에게도 입막음용 돈을 지급했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방검사장은 “불리한 정보와 불법 행위를 숨기기 위해 기업 문서를 반복해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한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로 대중을 선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검찰은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죽음과 파괴’ 등 메시지를 제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 출석 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기소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2024년 미국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정치적 공격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지지층을 향해 호소했다.

본격적인 재판은 내년에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재판 시작 시기를 내년 1월로 요청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내년 봄 이후를 주장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