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서 한미일 등 싸잡아 비판…"서방국가 광범위한 인권침해"
한국 "북한 인권 상황은 시급한 문제…北,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北, 인권참상 비판에 '물고 늘어지기' 전략…"남한은 자살왕국"
북한에서 구금 시설 내 고문과 해외 강제 노동, 인신매매 등 조직적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랐지만 북한은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를 쟁점화하며 지적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31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기 49번째 정례회의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재일 조선학교에 지급한 보조금이 크게 감축된 문제를 거론했다.

한대성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대사는 "일본 당국은 조선학교에 차별적이고 부당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일본이 민족교육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인권 문제를 조속히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 2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북한이 수십 년간 자행한 강제실종 관련 정보를 취합한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북한 내 강제실종 문제를 공론화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 공권력의 자의적 생명 박탈을 비롯해 참혹한 인권 실태를 다룬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 1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각종 포럼·세미나 행사가 이달 들어 유엔 내에서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 회의장에서 북한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나라의 인권 상황을 물고 늘어지는 식의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방광혁 주 제네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지난 23일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인종차별과 총기범죄, 경찰 폭력 등 온갖 학대가 만연한 곳이 미국이며 백인 우월주의와 혐오범죄, 여성 인신매매 등 '인권 질병'에 걸린 곳이 호주와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을 겨냥해서는 "세계 최고의 자살 왕국이 남한"이라며 "국제법에 어긋나는 국가보안법을 수십년간 유지하고 인신매매와 성착취, 북한 주민들에 대한 납치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역사에서 보듯 전범국인 일본은 20만명의 조선인 여성을 군의 성노예로 삼았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바다로 유입되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는 곧장 반박했다.

유정아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의 근거 없는 비난에 일일이 답변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탈북자들은 자발적 의사로 한국에 와서 평범한 주민으로 살고 있으며 이렇게 정착한 탈북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선 점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유 참사관은 "북한이 처한 상황은 국제사회의 폭넓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시급한 문제이며 북한은 주민 인권 향상을 위한 진지한 접근을 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민 생계를 완전히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집착하기보다 인권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자신들의 인권 문제를 희석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도 떳떳하지 않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렇더라도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 내 논의에 참여하길 거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규칙에 따르는 유엔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야 인권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다는 의견이 많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국제인권조약에 자발적으로 서명·비준했고, 유엔에 인권 관련 정기보고서를 제출한다"며 "글로벌 인권 플랫폼에 북한이 개방적 태도를 취하는 만큼 우리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북한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