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 트럼프' 구도 짜면서 공화당 지지층 결집 모색할듯
재판중·유죄 판결 나도 출마는 가능…본선 경쟁력엔 타격 예상
기소로 위기 맞은 트럼프, '정치 박해' 주장하며 정면돌파 나서(종합)
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른바 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기소되면서 정치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도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기소가 이미 공식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선 때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도 그 자체로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기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법적인 인식과 불법적인 행위를 드러냄으로써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고, 공직자로서의 자질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기소를 바이든 정부에 의한 '정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지지자 결집을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승부수가 제대로 통할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선 승리까지 가는 트럼프의 여정은 이전보다 더 불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소 직후 성명을 통해 "이것은 역사상 최대 수준의 정치 박해와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선거 구호인 'MAGA'를 사용해 "단합되고 강한 우리 당이 조 바이든을 이기고 부정직한 민주당 당원을 마지막 한 명까지 공직에서 쫓아내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MAKE AMERICA GREAT AGAIN·MAGA)"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바이든 정부의 정치 수사라는 구도로 공화당을 결집하고 그 동력으로 대선 승리까지 거머쥐겠다는 정면 돌파 시도로 분석된다.

실제 그는 이날 기소 결정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18일 선제적으로 '체포설'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정치 쟁점화하면서 당과 지지층을 결집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 세력뿐만 아니라 '반(反)트럼프' 인사들도 "정치적 기소"라면서 '검찰 때리기'에 가세했다.

나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유력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거리두기'를 하자 "우리 모두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와 내가 싸우는 동안 잡담하면서 선거운동 한다"고 고강도로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단기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화당 대선 경선의 전선이 '트럼프 대 비(非)트럼프'에서 '민주당 정부 대 트럼프'로 변화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당장 공화당에서는 "사법 시스템 무기화"(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극좌의 정적 공격"(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정부에 대한 규탄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선거 전략가는 AFP 통신에 "트럼프 기소는 그의 정치적 야망을 파괴해야 하지만 '불멸'의 지지 기반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 않다"면서 "사실 지지 기반의 결집을 가져오면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가 확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던 당내 경쟁자들의 정치적 공간이 줄어드는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소로 위기 맞은 트럼프, '정치 박해' 주장하며 정면돌파 나서(종합)
다만 오는 2024년 11월 본선까지 내다보면 이번 기소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도층 잡기 싸움인 본선 경쟁력에서의 타격 가능성이다.

퀴니피액대의 지난 23∼27일(현지시간) 가상 대결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 46%를 기록하면서 2%포인트 차로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디샌티스 주지사는 48%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을 2%포인트로 이기는 것과는 대조되는 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형사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 기밀문서 유출 혐의와 1·6 의회 폭동 사태 선동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 2020년 조지아주 대선 개표 결과 변경 압력 의혹 수사 등 다른 수사도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선 경쟁력 문제는 부메랑이 돼 공화당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들수록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리틀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던 디샌티스 주지사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맷 돌 공화당 전략가는 이날 인터넷 매체 복스에 "후보가 되기 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힘든 싸움이 이 일로 더 어려워졌다"면서 "장기적으로 이 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 상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 정책은 유지하면서도 문제는 없는 옵션을 원할 수 있는데 디샌티스가 이에 해당하는 모델"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