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애정 강했는데"…도요타 사장 전격 교체 '숨은'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월1일부터 사장 14년 만에 교체
도요타 사장 "태국은 정말 고마워하는데"
"일본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탈석탄·전기차에 의욕없다"는 비판에 염증 느껴
도요타 사장 "태국은 정말 고마워하는데"
"일본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탈석탄·전기차에 의욕없다"는 비판에 염증 느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14년 만에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숨은 이유는 일본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도요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갑작스런 발표의 배경"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지난 1월26일 도요타 사장은 4월1일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사토 고지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새 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66세인 도요타 사장이 70세까지는 사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요타는 갑작스런 사장 교체의 이유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실망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장 교체 발표 3주전인 1월초 자동차 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인 도요타 사장은 인사말을 대독하게 했다. 불참 사유는 코로나19 감염이었지만 이러한 내용의 인사말을 대신 낭독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더불어 지난해 태국 출장을 동행 취재한 자동차 전문지의 기사도 화제가 됐다. '일본을 조금씩 단념하는 도요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착실하게 탈석탄화를 진행해도 일본의 언론과 정치가들은 이해해 주기는 커녕 비판만 하니 에너지 낭비다. 차라리 도요타의 노력을 함께 기뻐해 주는 태국과 탈석탄화를 진행하는 편이 서로가 행복한 길이라는게 도요타 사장의 인식"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의식한 듯 일주일 후 도쿄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도요타 사장은 "오늘의 발표 주제는 해외이전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 "지난해 해외에 가서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에서는 지역의 성장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을 매우 고마워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미국과 통상마찰을 벌이던 1982년부터 해외 생산에 적극적인 반면 도요타는 자국내 생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홈 그라운드' 전략을 유지했다. 혼다의 일본 생산량이 15%에 불과한 반면 도요타의 자국 생산 비중은 30%에 달한다. '산업보국의 결실을 거둔다'는 도요타의 사훈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자동차 관련 시장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542만명으로 전체 취업 인구의 8.2%를 차지한다. 도요타는 7만명, 도요타그룹 전체는 37만명을 고용한다. 연결 자회사는 600곳 이상, 직간접적으로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사가 일본에만 4만 곳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총생산 규모는 18조1000억엔(약 180조원)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3%다. 제조 업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수출 총액은 16조7000억 엔으로 일본 전체 수출의 20.5%를 담당한다. 역시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미국과 유럽, 중국이 '전기차 대전환'에 나선 반면 도요타 사장은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차, 수소엔진 차량 등을 고루 생산하는 다변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환경단체의 비난에 염증을 느꼈다는게 도요타 사장을 지켜 본 임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4월1일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의 나이는 53세다. 도요타 아키오가 사장에 취임했을 때와 같은 나이다. 사토 사장은 30년 만의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기도 하다. 사토 사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전기차를 최우선시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크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도요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갑작스런 발표의 배경"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지난 1월26일 도요타 사장은 4월1일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사토 고지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새 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66세인 도요타 사장이 70세까지는 사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요타는 갑작스런 사장 교체의 이유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실망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해외는 고마워하는데…"
"일본에서는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 업종 종사자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하는 것을 거의 들을 수가 없습니다."사장 교체 발표 3주전인 1월초 자동차 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인 도요타 사장은 인사말을 대독하게 했다. 불참 사유는 코로나19 감염이었지만 이러한 내용의 인사말을 대신 낭독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더불어 지난해 태국 출장을 동행 취재한 자동차 전문지의 기사도 화제가 됐다. '일본을 조금씩 단념하는 도요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착실하게 탈석탄화를 진행해도 일본의 언론과 정치가들은 이해해 주기는 커녕 비판만 하니 에너지 낭비다. 차라리 도요타의 노력을 함께 기뻐해 주는 태국과 탈석탄화를 진행하는 편이 서로가 행복한 길이라는게 도요타 사장의 인식"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의식한 듯 일주일 후 도쿄에서 열린 행사장에서 도요타 사장은 "오늘의 발표 주제는 해외이전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라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 "지난해 해외에 가서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낀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에서는 지역의 성장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을 매우 고마워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미국과 통상마찰을 벌이던 1982년부터 해외 생산에 적극적인 반면 도요타는 자국내 생산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홈 그라운드' 전략을 유지했다. 혼다의 일본 생산량이 15%에 불과한 반면 도요타의 자국 생산 비중은 30%에 달한다. '산업보국의 결실을 거둔다'는 도요타의 사훈을 의식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산업은 제조 강국 일본을 대표하는 산업이다. 자동차 관련 시장에서 일하는 일본인은 542만명으로 전체 취업 인구의 8.2%를 차지한다. 도요타는 7만명, 도요타그룹 전체는 37만명을 고용한다. 연결 자회사는 600곳 이상, 직간접적으로 거래 관계가 있는 협력사가 일본에만 4만 곳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총생산 규모는 18조1000억엔(약 180조원)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3.3%다. 제조 업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수출 총액은 16조7000억 엔으로 일본 전체 수출의 20.5%를 담당한다. 역시 단일 수출 품목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온라인·SNS의 비판에 '의욕 상실'
그런데도 도요타가 비판을 받는 건 탈석탄화와 전기차 전환에 소극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도요타 사장은 온라인과 SNS에서 회사와 자신의 경영전략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종종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기차 전환에 대한) 의욕이 없다"라거나 "이미 뒤처졌다"라는 평가에 민감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과 유럽, 중국이 '전기차 대전환'에 나선 반면 도요타 사장은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차, 수소엔진 차량 등을 고루 생산하는 다변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 환경단체의 비난에 염증을 느꼈다는게 도요타 사장을 지켜 본 임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4월1일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을 이끄는 사토 고지 신임 사장의 나이는 53세다. 도요타 아키오가 사장에 취임했을 때와 같은 나이다. 사토 사장은 30년 만의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기도 하다. 사토 사장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전기차를 최우선시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크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