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사업부를 6개로 쪼개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중국 3대 빅테크인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주가가 모두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마침표를 찍은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다.

○알리바바 주가 급등

"中, 빅테크 때리기 끝나나"…알리바바 분할에 웃는 BAT
알리바바 주가는 29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2.23% 오른 94.55홍콩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에는 15%까지 치솟았다. 알리바바 주가는 전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14.26% 급등한 98.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알리바바가 전날 창사 이후 가장 큰 조직개편을 발표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알리바바는 전날 조직을 6개의 독립 사업그룹으로 개편해 각자 이사회를 설치하고 그룹별 최고경영자(CEO) 책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조건을 갖춘 그룹은 독립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중국 투자 전문가인 찐링 전 KB증권 연구원은 “알리바바가 이번 사업 분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더욱 치열해진 시장경쟁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빅테크 ‘군기 잡기’를 끝내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민간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이에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닷컴도 전날 뉴욕증시에서 4.45% 오른 데 이어 이날 홍콩증시에서 1.92% 상승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는 뉴욕과 홍콩에서 같은 기간 각각 8.03%, 1.75% 올랐다. 바이두 주가도 뉴욕에서 4.73% 상승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빅테크 제국’이 간소화되길 원했던 중국 당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알리바바가 이번 조직 개편을 발표하기 전에 중국 감독당국에 계획을 미리 제출했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에 ‘미운털’이 박혀 해외를 떠돌던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도 최근 1년여 만에 중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발표로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업이 주당 약 103달러 가치가 있고, 알리클라우드와 글로벌 사업은 각각 16달러, 12달러로 평가했다. 알리바바의 각 사업 가치를 모두 합치면 주당 137달러 수준으로 현재 주가를 훨씬 웃돈다.

○중국 다른 빅테크도 조직 개편 나서나

알리바바의 이번 조직개편은 다른 중국 빅테크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톰 마시 GW&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알리바바의 조직개편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고 주주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같은 길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텐센트가 게임, 소셜미디어(SNS), 클라우드 컴퓨팅 등 사업 영역이 다양한 만큼 조직개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징둥닷컴, 바이두 등 다른 중국 IT 기업들도 다양한 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 역시 전략적으로 기업 분할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에지리서치 설립자인 짐 오스만은 “알리바바가 기업 분할에 성공하면 IT 기업의 가치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아마존이 클라우드를 분할할 경우 주식 가치가 현재보다 70%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구글이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불필요한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를 분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메타의 와츠앱과 인스타그램 사업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