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비용절감을 위해 메타버스 전략을 실행하는 부서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디즈니가 총 70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감축의 일환으로 차세대 스토리텔링 및 소비자경험 부서를 폐지한다고 보도했다.

이 부서는 마이크 화이트 전 소비자제품 임원이 이끌었다. 디즈니가 갖고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등 막대한 규모의 지적재산권을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스토리텔링하는 방법을 찾는 게 주임무였다. 하지만 지난달 55억달러 규모의 비용을 절감하고 7000명을 정리해고하는 계획이 발표되고 난 뒤 전체 50여명의 직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디즈니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94.82달러로 0.84% 하락한 뒤 시간외 거래에서 0.28% 오른 95.0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디즈니는 그동안에는 메타버스를 중요한 신사업으로 여겨왔었다. 밥 체이펙 전 디즈니 CEO는 작년 2월 화이트를 고용하면서 새 부서의 목표를 "관객들이 우리 이야기를 경험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특히 그는 "메타버스는 차세대 스토리텔링의 개척지"라고 높게 평가했다.
메타버스 사업 접은 디즈니…"미키마우스, 메타버스 떠났다"
디즈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에게 잊지 못할 인상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메타버스는 중요한 새로운 수단으로 꼽혔다. 디즈니의 메타버스 전략 계획은 부서 신설 후 1년 뒤에도 남아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판타지 스포츠, 테마파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 경험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됐다.

밥 아이거 현 CEO도 메타버스에 대해서 낙관적이었다. 그는 지난해 메타버스에서 사용할 정교한 아바타를 만드는 툴을 내놓은 기술 스타트업 '지니스'에 투자하고 이사회에 참여했었다.

메타버스 사업 접은 디즈니…"미키마우스, 메타버스 떠났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비용절감이라는 거대 담론 앞에 다 무너져버렸다. 거시경제적 역풍, 스트리밍 서비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 케이블TV와 영화사업 수익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투자자들은 디즈니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컨설팅사 매킨지와 계약을 맺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미디어 시장에 변혁을 일으킬 차세대 기술로 꼽혔지만 성장은 기대보다 더뎠다. 메타버스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는 메타는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메타버스 부서에 집중했지만 사용자들의 수요는 더디게 늘었다. 그 부작용으로 현재 두 차례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