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 개혁을 강행하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요아브 갤런트 국방부 장관을 전격 해임하자 이스라엘 곳곳에서 시위가 격화됐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사법 개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백악관도 타협점을 찾으라고 경고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총리실은 갤런트 국방부 장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갤런트 장관이 전날인 25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이스라엘에서 12주째 이어진 사법 개혁 반대 시위는 국방부 장관 해임 소식이 알려지자 급격히 확산됐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각지에서 수만 명의 국민이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위대는 불을 질렀다. BBC는 “인파가 넘쳐 텔아비브의 고속도로가 두 시간 넘게 봉쇄됐으며 경찰은 물대포와 기마 경찰로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올초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사법 개혁 입법안을 내놨다. 의회가 만든 법이 이스라엘 헌법에 부합하는지 대법원이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없애고, 대법관 추천위원회에서 내각과 여당 의원이 과반을 차지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인사가 늘고 있다. 이날 헤르초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도 우려를 나타냈다. 26일 에이드리언 왓슨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이스라엘 상황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타협점을 찾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27일 이스라엘 현지 언론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혁 입법 중단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 일간지 하레츠는 갤런트 장관 해임 발표 후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네타냐후 총리가 밤새 입법 중단을 두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