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발의 법안, AI 등 12개 광범위 분야에서 제한 가능"
"美 틱톡 금지하면 다른 중국·외국 앱까지 차단 확대 가능성"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트댄스의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틱톡을 시작으로 다른 중국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다른 국가의 앱까지 미국에서 차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틱톡에 대한 미국의 금지 조치가 중국의 다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나아가 전 세계 국가들을 미국의 동맹과 중국 앱을 받아들이는 국가들로 양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법안에 따르면 틱톡뿐 아니라 앞으로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편집 앱 '캡컷'과 중국의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미국 쇼핑몰 테무(Temu), 결제 앱인 알리페이와 메시지 앱인 위챗 등도 금지될 수 있다고 WSJ은 관측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최근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탄력을 받는 법안은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당, 버지니아주)과 존 슌(공화당, 사우스다코타주)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워너 의원은 양당 의원 10명의 법안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 상무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틱톡을 금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의 관심은 틱톡에 집중돼 있으나, 만약 워너-슌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 행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영역은 훨씬 넓어지게 된다.

이 법안은 틱톡뿐 아니라 인공위성,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등 12개의 광범위한 기술 범주에 대해 행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렌 거스텔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법률 자문은 이 법안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워너-슌 법안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틱톡이나 다른 앱이 미국 전역에서 금지해야 할 정도의 위협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아울러 미 동맹국들은 미 정보기관의 판단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유럽·호주·일본과 미주 대륙의 미국 외 국가들까지 이 같은 금지 조치를 따라 할 가능성이 있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도 "중국 공산당의 '기술 촉수'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중국이 오랜 기간 미국 등 외국의 앱을 자국에서 금지해왔기 때문에 미국의 틱톡 금지 조치가 중국의 선례를 따르는 것뿐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WSJ은 틱톡 금지를 둘러싼 일이 개인정보와 사이버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 심화하는 신냉전과 더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이 더 부유한 국가가 되기 위해 제조업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AI 부문에서도 선두를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 세계에서 18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은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정보기술(IT)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는 것이다.

백악관 실무진 출신으로 깃허브의 글로벌 확장 담당 책임자인 케빈 쉬는 중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틱톡의 성공, 중국 앱·서비스가 미국에서 경쟁자들과 맞설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만약 워너-슌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며 "창업자와 기업가들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중국 외의) 다른 해외 시장에서 확장을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