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전·현직 총통으로는 처음으로 27일 중국을 방문했다. 차이잉원 현 총통은 29일 시작하는 중남미 순방 기회에 미국을 들를 계획이다. 2024년 1월 총통 선거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난징, 우한, 창사, 충칭, 상하이를 들러 학생들을 만나고 2차 세계대전과 중일 전쟁 유적지 등을 찾을 예정이다. 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자급 인사를 만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마 전 총통은 야당 국민당 소속이다. 국민당은 대만(중화민국) 중심의 통일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중국 입장에선 말이 통하는 상대다. 반면 차이 총통의 민진당은 '독립 대만'을 내걸고 있다. 친미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마 전 총통은 친중 인사로 꼽힌다. 그가 집권한 2008~2016년 8년간 양안(중국과 대만)관계는 화해 무드였다. 그는 2015년 11월 시 주석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양안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다.

양안 관계는 그러나 그 직후 2016년 1월 차이 총통이 집권하면서 악화했다. 대만 총통은 4년 중임제다. 국민당이 50여년 집권한 다음 2000년 민진당이, 2008년 국민당이, 2016년 다시 민진당이 대권을 가져갔다. 내년 1월 선거에선 양안 관계와 미국, 중국 등 해외 변수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편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중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며, 이를 계기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한다. 5일께 LA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이런 일정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 총통은 취임 첫해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중미 온두라스가 전날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으면서 국제 외교 관계에서 대만은 더욱 고립되게 됐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수교국은 13개국만 남게 됐다. 과테말라, 벨리즈,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네비스, 아이티, 파라과이(이상 중남미), 나우루, 마셜제도, 팔라우, 투발루(이상 태평양), 에스와티니(아프리카), 바티칸 교황청(유럽) 등이다.

온두라스는 차이 총통이 2016년 5월 첫 집권한 이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손을 잡은 9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수교국들도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더라도 비공식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며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와 차이잉원 총통의 해외 순방 간 관련성에 매우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온두라스는 대만 은행에서 빌려준 6억달러(7800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