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값이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전제 하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불거진 은행권의 줄도산 공포 기간 동안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가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4일 국제거래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다. 금 값은 지난 주 내내 여러 차례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넘나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과 관련된 옵션 계약 거래는 많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 주 동안 더 지속적인 반등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금 시장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선물 계약, 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옵션 계약 등을 통해 금 가격에 베팅한다. 씨티그룹의 북미 지역 원자재 투자책임자 아카시 도시는 "최근 몇 주 사이에 세 가지 채널 모두에서 투자자 활동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자료에 따르면 3월은 지난 10개월 동안 금 ETF로의 현금흐름이 순유입되는 첫 번째 달로 기록될 전망이다. 펀드와 연계된 금 값 강세 옵션 베팅의 양도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했다. 콜옵션은 투자자들에게 나중에 정해진 가격으로 금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옵션을 뜻한다.

SPDR 골드 트러스트 ETF의 5일 연속 콜옵션 거래량은 이달 초 이후 5배 이상 급증했다. 콜풋비율(Call/Put ratio·하락 위험에 대비하거나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도 극단적인 수준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금 거래자들 사이에서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에 대한 아웃오브더머니(Out of the Money, OTM: 콜옵션 행사가가 시장가보다 높을 때, 혹은 풋옵션 행사가가 시장가보다 낮을 때를 의미, 통상 실현 가능성이 낮은 옵션으로 불린다) 하방 보호 옵션 등 CME 거래소의 금 선물 옵션들에 대한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OTM은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옵션이다.
12개월 만에 최고치 찍은 金…옵션 거래 폭발 [원자재 포커스]
스탠다드차타드의 금 전문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는 "SVB와 시그니처 은행 등의 붕괴 직후 당일 금 거래자들이 위기 피난처로 간주되는 자산에 엄청 몰려들었다"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라는 전술적인 요인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슷한 양상의 위기들이 발생했을 때와는 다른 추이를 보이고 있다. 통상 금 수요 폭증세는 다른 자산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 건에 대한 마진콜(증거금 보충)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금을 매도하도록 압박을 받으면서 상쇄되고는 했다. 하지만 쿠퍼는 "이전 몇 달 동안 이미 투자자 유출이 있었다"며 "최근 문제가 시작됐을 때 추가 매도세 규모가 미미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Fed 등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금값 상승을 부추길 전망이다. FT는 "은행발 위기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미국의 금리 전망을 재평가하게 만들었다"며 "지난 1년간 고강도 긴축 기조로 수익률이 없는 금 투자의 매력이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지난주 있었던 Fed의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점점 더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