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권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급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이후 유럽 은행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 리스크 확산…독일 도이체방크도 휘청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이날 장중 15% 가까이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이날까지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사이에만 시가총액이 20% 감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도이체방크 주가가 추락한 건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CDS는 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이체방크의 CDS 프리미엄 5년물이 이달 초 88bp(1bp=0.01%포인트)에서 이날 222bp로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다는 얘기다. CS 역시 경쟁사인 UBS에 인수되기 전에 CDC 프리미엄이 치솟았다.

모빈 타히르 위즈덤트리유럽 거시경제 담당 이사는 “은행권의 혼란이 끝났는지 아니면 더 광범위한 전염이 있을지에 대해 시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며 “지금의 혼란이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강하게 제동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시장에 은행권의 새로운 취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건 UBS가 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제가 된 이른바 ‘코코본드’가 휴지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스위스 당국이 은행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CS가 발행한 코코본드로 불리는 조건부자본증권(AT1)을 전액 상각하기로 한 결정이 AT1 발행량이 많은 유럽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AT1 발행 규모는 685억유로(약 95조8800억원)인데 이 중 196억유로가 유럽에서 발행됐다. AT1은 코코본드의 일종으로 유사시 상각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된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지만,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스튜어트 콜 에쿼티캐피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S 채권 상각은 은행의 핵심적 자금 조달 방식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며 “도이체방크도 이를 극복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럽에서는 은행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의 은행 지수는 장중 약 5% 빠졌다.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8.4%,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7.2%,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이 7.5% 하락했다. 합병을 앞둔 CS와 UBS 주가도 각각 8% 이상 뒷걸음쳤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금융 혼란 대책 등을 논의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유럽의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라고 일축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