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당국이 자국에서 붙잡힌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기소했다.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경찰은 권 대표 등 2명을 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이들은 전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리고차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됐다.권 대표는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 50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주범으로 꼽힌다. 그는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테라와 루나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권 대표 체포 소식 직후 미국 뉴욕연방지검은 그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히며 송환 요청 계획을 밝혔다. 한국 검찰도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암호화폐 루나·테라USD 폭락 사태를 유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한때 시가총액이 51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8위 코인에까지 올랐던 루나와 테라는 지난해 5월 단 72시간 만에 가격이 99.99% 폭락하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불러왔다. 권 대표는 루나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직전인 작년 4월 한국을 떠나 해외 도피 중이었다. ○‘루나 사태’ 약 1년 만에 체포몬테네그로 당국이 24일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 초기 창립 멤버이자 측근인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를 체포해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권 대표와 한 전 대표는 전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한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덜미가 잡혔다. 권 대표 등은 이날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출석해 범죄인 인도 요청과 관련한 심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권 대표와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가 2018년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는 테라와 그 위성 코인 루나를 발행한 회사다. 테라는 1달러와 가격이 같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었다.하지만 테라는 달러·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여타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가치 고정을 위해 또 다른 암호화폐인 루나를 활용했다. 실제 달러를 사서 적립하는 대신 테라와 루나의 차익 거래를 이용, 이른바 알고리즘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이 과정에서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예치한 투자자에게 최고 연 20%의 이자를 테라로 지급하는 디파이 서비스도 운영했다. ‘폰지 사기’라는 비판에도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루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하지만 지난해 5월 코인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대폭락이 시작됐다. 대량 매도로 테라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와 루나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가 현실화한 것이다. 시총 51조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증발하는 데에는 7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80달러대였던 루나 가격은 0.0001달러까지 떨어졌다.테라폼랩스가 새로 만든 루나2.0도 상장 초기 1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 시장은 루나 사태를 계기로 반년 넘게 도미노 파산을 겪으며 빙하기에 진입했다. ○국내 송환은 언제쯤법무부는 최대한 서둘러 범죄인 인도 청구를 통해 권 대표 송환 절차를 밟기로 했다. 권 대표를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온 검찰은 그의 귀국 시기에 맞춰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수사를 맡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서울 성동구 차이코퍼레이션 사옥을 압수수색하며 테라·루나 사태 수사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당겼했다.다만 권 대표가 곧바로 국내로 송환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사법 절차를 완료한 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나설 경우 실제 국내 송환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권 대표는 미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수사 대상이다. 미국 뉴욕 검찰은 23일(현지시간)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그를 증권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빈난새/김진성/이광식 기자 binthere@hankyung.com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는 2010년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직후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와이파이 기술 업체인 애니파이를 창업했다.2018년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함께 공동으로 테라폼랩스를 세웠다. 그해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를 개발하면서 엘리트 출신의 혁신적인 창업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2021년 암호화폐 열풍을 타고 루나의 시가총액은 3년 만에 55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는 ‘한국판 일론 머스크’로 불렸다.하지만 루나를 개발하자마자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해외로 보내 일부는 현금화하고 일부는 개인 지갑에 보관했다. 국세청과 검찰의 자금세탁 수사가 쉽지 않은 싱가포르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세웠다. 루나가 붕괴한 작년 5월 직전까지 보유한 암호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해외에 보관했다.루나가 붕괴하기 2주 전인 지난해 4월 말 국내 법인을 청산하고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작년 5월 7일 루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바로 다음날 자신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USDT를 현금화했다. 그리고 5월 9일 루나는 99% 폭락했다. 권 대표는 작년 9월 싱가포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