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파트에서 발견된 400년 전 벽화. /사진=연합뉴스
영국 아파트에서 발견된 400년 전 벽화. /사진=연합뉴스
영국 잉글랜드 요크시의 한 아파트에서 주방을 리모델링하던 중 400년 전 벽화가 발견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아파트 소유자 루크 버드워스(29)가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버드워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공사 업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면서 "그는 아주 무심한 말투로 '여기(벽) 뒤에 그림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드워스는 주방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임시 거처로 옮겨와 생활했고, 공사 업자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에 갔을 때는 이미 새 서랍장이 벽에 설치돼 있었다.

업자들이 떼어낸 희미한 그림 조각을 받아든 버드워스는 혹시 거실 반대편 벽 뒤에도 옛날 벽화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는 "다른 쪽 벽들 안쪽 공간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그림들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벽 장식 뒤에 숨겨져 있던 그림의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2.7m와 1.2m로 윗부분은 천장에 가려져 있었다.

요크시는 고대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버드워스가 2020년 10월 산 아파트는 요크시 주요 도로 가운데 하나인 미클게이트 성벽 사이에 있다. 이 아파트는 조지 왕조 때인 1747년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드워스는 역사적 고증을 통해 벽화가 17세기 전반기 시인 프란시스 퀄스가 1635년에 쓴 '임블렘스' 속 장면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에 벽화가 먼저 그려졌다"면서 벽화가 있는 벽 주위로 건축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벽화 속 천사가 새장 속에 갇힌 남자의 손을 잡아끄는 장면은 성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버드워스는 역사적 장소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사적(史跡)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고, 위원회 측은 전문가들을 보내 현장을 살펴보고 정밀 촬영을 해 갔다.

위원회는 벽화가 그려진 때를 책이 출간된 1635년과 벽화 유행이 시들해진 1700년 사이로 추정했다.

버드워스는 이들 벽화 보전에 투자할 돈은 없지만, 이들 벽화를 훌륭한 실내 장식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적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요크시 미클게이트의 아파트에서 17세기 벽화가 발견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파트 소유자들이 벽화를 잘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적위원회는 버드워스에게 실물 크기의 벽화 사진을 보내 실물을 덮어 보호할 것을 권고했고, 버드워스 자택의 벽화 사진을 런던에 있는 코톨드 미술연구소 내 벽화보전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