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 비교 탓 관측…"극장들 하룻밤 새 결정, 우연 아닐 것"
홍콩서 돌연 개봉취소 '곰돌이 푸' 감독 "홍콩만 문제 제기"
홍콩에서 영국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당국의 상영 허가를 받았지만, 극장 측의 상영 거부로 시사회와 개봉이 갑자기 취소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 영화의 배급사 VII필러엔터테인먼트는 로이터에 극장들이 전날 갑자기 상영을 거부하면서 개봉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소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곰돌이 푸: 피와 꿀'은 23일 홍콩 32개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다.

앞서 21일 시사회를 기획한 무비매틱은 기술적인 이유로 상영을 취소한다고 당일 공지했다.

배급사는 "당연히 우리는 매우 당황했고 실망했다"며 "우리가 모든 상영 준비를 마친 후에 극장들이 상영을 취소한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영화가 단 6개월 만에 거의 200개 지역으로 팔려나가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의 라이 프레이크-워터필드 감독은 로이터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며 "(홍콩)극장들은 상영에 동의해놓고 모두 개별적으로 하룻밤 새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기술적 이유를 주장하지만 기술적 이유는 없다"며 "이 영화는 전 세계 4천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홍콩의 30여개 스크린에서만 그러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이 과거 '곰돌이 푸' 캐릭터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교하는 움직임이 일자 해당 캐릭터를 검열 대상으로 삼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비교는 2013년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동화 속 주인공 곰돌이 '푸'와 푸의 호랑이 친구 '티거'와 닮았다며 일부 누리꾼들이 풍자 놀이를 시작한 데서 연유한다.

이후 일각에서는 푸의 이미지를 중국 체제에 반대하는 의미로 사용해왔다.

곰돌이 푸는 영국 작가 AA 밀른이 1926년 출판한 동화에서 창작한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다.

'곰돌이 푸: 피와 꿀'은 만화 캐릭터를 공포 영화로 비튼 작품이다.

푸 등을 살인마로 둔갑시켰다.

홍콩에서는 2021년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더라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지난해 홍콩 국제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상영되지 못했다.

홍콩 당국은 로이터에 '곰돌이 푸: 피와 꿀'의 상영을 허가했다면서 개별 극장의 상영 여부는 그들의 상업적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