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년 사이 전 세계 800개 기업이 직원 47만3000명을 해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기술 업계의 인력 감축이 두드러졌지만 소비재·금융 등 다른 업종에서도 전방위적인 정리해고가 이뤄졌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자체 집계에 따르면 작년 10월 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세계 800여개 기업이 해고한 인원은 47만3000명에 달한다.

가장 많은 직원을 내보낸 기업은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약 2만7000명)이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1만8000명을 자른 데 이어 조만간 9000명을 추가 해고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코로나19 기간 직원을 대폭 늘렸다가 소비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감원에 나섰다.

업종별로는 기술 부문의 해고 인원이 14만9300여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해고 인원의 30%가량이 메타(2만1000명, 2위), 알파벳(1만2240명, 3위), 마이크로소프트(1만1120명, 5위) 등 기술 기업에서 나왔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지난 1~2월 비농업 일자리 수가 80만 명이 추가되는 등 전체 고용시장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술 업계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아마존을 포함한 소비재 업계(10만8700명), 골드만삭스 등 금융 업계(4만9800명)의 감원 규모가 컸다. 헬스케어 부문은 2만6200명으로 절대적인 비중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헬스케어 기업 직원 수 대비 해고 비율이 20%로 전체 기업 평균 보다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칼바람이 비껴간 곳도 있었다. 엑손모빌, 셰브론 등 유가 상승의 수혜를 누린 에너지 업체들이다. 이들 업계에선 4000명 미만이 일자리를 잃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기업의 해고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감원 수 기준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 11곳이 미국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케아(1만 명), 에릭슨(8500명) 등 스웨덴 기업이 2곳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의 센트럴차이나부동산(7000명)과 일본 보험회사 MS&AD(6300명)도 이름을 올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