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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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가격이 6주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은행권의 위기가 진정 기미를 보여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 가격은 미국과 유럽 은행 위기 속에서 전날 1여 년 만에 처음으로 2000달러선을 돌파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1.70달러(2.1%) 급락한 온스당 1941.10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금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2014.90달러까지 급등했다.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작년 3월10일 이후 처음이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등해 올해 2월 초까지 상승했지만 미국 고용지표 등이 양호하게 나오자 하락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은행권의 위기가 불거지자 다시 급등세를 탔으나 이날 은행권 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금값 6주래 최대폭 하락…은행위기 진정[원자재 포커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은행 위기가 악화할 경우 예금에 대해 추가 보증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지역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완화했다. 옐런 장관은 "예금자들의 저축과 은행시스템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확고히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더 작은 기관이 전이 위험이 있는 예금 인출 사태를 겪는다면 (앞서 파산한 행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모든 예금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금값이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온스당 2000달러선 복귀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세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전미 조폐국장이자 미국 머니리저브의 금·은 선임 전략가인 에드먼드 모이는 "더 높은 금 가격을 부채질하는 충분한 위험이 있다"며 "금 가격은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 올해 내내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은행들의 잇단 파산으로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수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을 찾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왕립조폐국의 스튜어트 오라일리 시장 분석가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의 난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돼 글로벌 금융시장이 뒷걸음질치자 많은 이들이 금을 사들였다"며 "시장의 관심사는 금값이 곧 사상 최고치에 도달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