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담당 상무부 고위당국자 "가드레일 규정 한국과 조율"
"중국 투자 제한, 삼성·SK의 기존 中공장 중단하라는 것 아냐"
美 "중국의 첨단 반도체기술 확보 막으면 한국 안보에도 기여"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상무부 고위당국자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이 미국뿐 아니라 동맹의 안보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무부의 마이클 슈미트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장은 이날 언론 간담회에서 가드레일 규정이 "악의적인 주체들이 미국과 동맹, 파트너를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국장은 가드레일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등 동맹과 조율했다면서 "가드레일은 미국이 세계의 공급망 회복력과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조율·협력하는 과정에서 공통된 국가안보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상무부 핵심당국자가 간담회 직후 한국 정부와 협의를 위해 바로 한국으로 출발하고 이후 일본, 대만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이날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향후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범용(legacy) 반도체 생산능력을 10% 이상 확장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가드레일 규정을 공개했다.

다만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더 높은 기술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관련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날 간담회에 한국, 대만, 일본 3개국 언론만 초청했다.

아시아에서 첨단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유일한 국가이며 한국과 대만은 현재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있어 당장 가드레일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다음은 상무부 고위당국자들과 익명으로 진행한 일문일답.
美 "중국의 첨단 반도체기술 확보 막으면 한국 안보에도 기여"
--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기술적 업그레이드의 범위가 어떻게 되나.

▲ (고위당국자 1) 5% 생산(증가) 제한을 넘지 않고 미국 수출통제를 준수하는 한 기술적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 한 반도체법이 새로 부과하는 제한은 없다.

-- 가드레일 조항을 보면 미국이 동맹들의 입장을 배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고위당국자 1) 개인적으로 지난 1월 한국에서 온 대표단을 만나는 등 파트너 및 동맹과 광범위하게 협의하고 접촉했으며 그들의 의견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했다.

오늘 발표한 가드레일이 한미 양국의 공통된 경제·국가안보 이익에 부응한다고 믿는다.

--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의 요구 대로 미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에 참여하면 민감한 기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 (고위당국자 1)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목적은 반도체산업 구성원이 공통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포럼을 제공하는 것이지 지식재산권이나 기업들이 기밀로 여기는 정보의 공유가 아니다.

기업들은 예를 들어 NSTC와 직원을 공유하는 등 참여할 방법이 많다.

기업들이 더 많이 NSTC에 참여할수록 미국과 해외 반도체 산업 모두에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다.

--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으로 미국만의 이득을 추구해 미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주장도 있는데.
▲ (고위당국자 1)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과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들에 속하고 우리는 진심으로 미국 반도체산업에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반도체법 규정은 미국 기업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 미국이 당국 주도의 중국의 산업정책을 모방하며 자유시장경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 (고위당국자 1) 오늘 우리가 이런 건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완전히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법 프로그램을 완전히 투명하고 공정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으며 이런 접근은 미국에서 사업하는 방식과 본질적으로 매우 일관된다고 생각한다.

--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초과이익을 공유(upside sharing)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를 염두에 둔 것인가.

▲ (고위당국자 1) 우리는 사업의 예상 이익을 전망하고 그런 경제 분석에 기반해 보조금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업의 실제 이익이 예상치와 부합하면 공유할 부분이 없다.

그 사업이 해당 기업에 엄청나게 성공적이고 수익성이 좋다고 해도 말이다.

이익이 예상치를 상당히 초과하면 특정 기준을 초과한 부분은 미국 정부에 반환하고 정부는 그 돈을 우리 반도체 생태계에 재투자할 것이다.

그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신청하는 기업별로 구체적으로 결정할 것이다.

-- 범용 반도체의 기준은.
▲ (고위당국자 2) 로직(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이미 법에 28nm(나노미터)로 명시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작년 10월 7일 발표한 수출통제와 같다.

디램은 18nm 이상, 낸드는 128단 이하가 범용 반도체다.

-- 중국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범용 반도체 기준을 재정의할 여지는 없나.

▲ (고위당국자 1) 반도체법에 2년마다 범용 반도체의 정의를 다시 검토하게 돼 있다.

-- 미국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1년 동안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했는데 올해 다시 심사하는가.

▲ (고위당국자 2) 반도체법의 의도는 중국 등 우려국에서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이나 새 시설 건설을 막는 것이지 이미 수출통제를 준수하며 운영 중인 시설을 중단하는 게 아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사업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기업들이 수출통제를 준수하고 수출통제기관의 허가가 있는 한 그런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

-- 기업이 가드레일을 위반하면 어떻게 되나.

▲ (고위당국자 1) 규정을 위반하면 반도체법에 따라 받은 보조금을 전부 반환해야 한다.

-- 상무장관은 보조금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한국과 대만도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 (고위당국자 1) 우리는 한국, 대만과의 대화에서 국제 협력을 매우 중요하게 다룰 생각이다.

우리는 혁신과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장려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조율되고 효과적인 노력이 이뤄지도록 하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