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천억 투자했다가 80% 손실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CS 투자 실패로 1.5조원 날렸다
지난해 고유가로 큰 이익을 거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 투자 실패로 1조원 넘는 돈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S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시로 사우디 내 우려를 무릅쓰고 CS에 약 15억 달러(약 1조9천억원)를 과감히 '베팅'했는데, 약 80%인 12억 달러(약 1조5천억원) 정도 손실이 났다는 것이다.

CS는 전날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천억원)에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으며, 스위스 당국은 CS가 발행한 170억 달러(약 22조2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을 전액 상각 처리하기로 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WSJ에 따르면 석유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금융산업 강화를 꾀하던 사우디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속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살짝 밑돌 당시 이러한 투자 결정을 했다.

CS는 지난해 가을 유상증자를 통해 SNB 등 투자자들로부터 40억 스위스프랑(약 5조6천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대주주인 SNB는 CS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9.9%의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매입 단가는 주당 3.82 스위스프랑이었지만, UBS에 인수되면서 약 20%인 주당 0.76 스위스프랑만 받을 수 있게 된 상태다.

다만 SNB는 20일 지난해 연말 기준 전체 보유자산 가운데 CS 지분의 비중은 0.5%도 안 된다면서 "규제자본 측면에서 봤을 때 수익성에 전혀 영향이 없다.

성장계획과 올해 실적 전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NB 외에도 카타르 국부펀드(QIA), 사우디 재벌 올라얀 가문의 CS 투자액 수십억 달러도 사라지는 등 중동 큰손들이 일련의 은행 붕괴에 따라 막심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QIA는 CS의 2대 주주로 6.8%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QIA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WSJ은 중동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한다면서,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아랍 산유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가 2008년 보유했던 외국 자산의 가치가 약 1천억 달러(약 131조원) 감소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세계적 채권운용사 핌코도 CS의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했다가 3억4천만 달러(약 4천억원)를 잃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핌코는 CS가 발행한 40억 달러(약 5조2천억원) 규모의 다른 회사채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손실을 상쇄할 정도로 이익을 거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