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제2야당 '전국 폐쇄' 시위…대통령 퇴진 촉구
경찰, 공공폭력 87명 체포·타이어 2만4천300개 압수

남아공 정부는 곳곳에 군경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시위가 폭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집회와 행진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더반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는 이날 붉은색 복장을 한 좌파 성향의 원내 제3정당 경제자유전사(EFF) 지지자들이 '라마포사는 즉각 물러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와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또 "우리는 (폭력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할 것"이라며 정부가 군과 경찰을 과잉 배치해 평화 시위를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더반 등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방향으로 행진의 진행을 막는 경찰과 시위대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국영방송 SABC가 보도했다.

남아공군(SANDF)은 전국 주요 시설에 3천474명의 병력을 배치해 경찰을 도와 공공질서를 유지하도록 했다.
베키 셀레 경찰부 장관은 "평화롭게 행진하는 한 우리가 시위대를 막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유사시 잔인하지는 않더라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최장 12시간에 달하는 순환단전(로드셰딩), 치솟는 물가, 높은 실업률에 항의하며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하루 출근하지 말고 전국적으로 시위에 나서달라는 요구였으나 시민들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요하네스버그 중심상업지구(CBD)에는 문을 닫은 상점도 일부 있었으나 택시 기사들이 정상 영업을 하는 등 대부분 일상생활을 이어갔다고 SABC는 전했다.
다만 21일 '인권의 날' 공휴일을 앞두고 모든 공립·사립 학교가 이날 쉬었고, 일부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하루 휴가를 권유하거나 재택근무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주간 소식지에서 "사람들은 시위할 자유가 있지만 누구도 강제로 시위에 참여하도록 위협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국 폐쇄'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제1야당 민주동맹(DA)의 존 스틴헤이즌 대표는 "EFF는 얼마든지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남아공을 인질로 잡을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는 2021년 7월 부패 혐의로 수감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촉발한 시위가 방화·약탈 등의 불법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최소 350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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