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 6개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로 했다. 달러 유동성 스와프의 운용 빈도를 주 단위에서 일 단위로 늘리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Fed,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해 영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등의 6개 중앙은행은 “달러 공급 스와프 라인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협정 상) 7일 만기물의 운용 빈도를 매주에서 매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 조치는 20일부터 적용돼 적어도 다음 달 말까지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이날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발표한 후 불과 수시간 만에 나왔다. Fed는 “중앙은행 간 스와프 라인 네트워크는 세계 자금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 중요한 유동성 안전장치(backstop) 역할을 한다”며 “(시장의) 긴장이 가계와 기업의 신용 공급에 미칠 영향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는 2007년 스와프 라인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글로벌 자금 시장이 경색될 때마다 네트워크 내 중앙은행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네트워크 내 중앙은행이 각국 화폐와 달러를 맞바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유동성은 자산을 다른 가치로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다. 미국 달러는 유동성이 가장 뛰어난 화폐로 자금 경색 대응에 효과적인 무기로 꼽힌다. 유로 지역과 영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등의 중앙은행은 스와프 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시중 은행에 익일부터 3개월 만기로 달러를 대출해주고 있다.

이번 조치로 7일 만기의 달러 대출 빈도가 매주에서 매일로 늘어나면서 이들 중앙은행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시중에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불 끄는 데 쓰는 물을 날마다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는 미 은행 두 곳이 파산한 뒤 CS가 지난주 시장에서 압력을 받는 등 최근 대서양 양쪽의 금융 시스템 혼란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갖는 우려의 깊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유동성 위기를 방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위기를 예방하는 성격이 짙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ed와 타국 중앙은행 간 미결제 스와프 규모는 지난 15일 기준 4억7200만달러 수준이다. 이 규모는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던 2020년 초엔 4460억달러,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말엔 5830억달러에 달했다. 주요국들의 금융 시스템이 현재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