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야당 동의해야 가결…우파 공화당 "불신임안 지지 안해"
'연금개혁 강행' 佛총리 불신임안 제출…시험대 오른 마크롱
프랑스 하원 야당 의원들이 17일(현지시간)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잇달아 제출했다.

중도를 지향하는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이 이날 가장 먼저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와 함께 불신임안을 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를 중심으로 꾸려진 뉘프에는 사회당(PS), 프랑스공산당(PCF) 등이 참여하고 있다.

뒤이어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별도 불신임안을 제출하면서 다른 정당이 발의한 모든 불신임안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보른 총리가 헌법 제49조 3항을 사용해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연금 개혁 법안을 입법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다.

불신임안이 통과하려면 하원 의원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하원 전체 의석은 577석이나, 현재 2석이 비어있어 287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여당 르네상스 등 집권당 의석이 250석으로 가장 많지만, 과반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야당 의원이 힘을 합친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

야당 중에서는 뉘프가 149석으로 의석이 가장 많고, 국민연합(RN) 88석, 공화당(LR) 61석, 자유·무소속·해외영토그룹 20석 순이다.

하지만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는 전날 대다수 공화당 의원이 불신임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현재로서는 부결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모든 야당 의원이 불신임안에 찬성하고, 공화당 의원 30명 이상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이론적으로 불신임안 통과도 가능하다.

BFM 방송은 공화당 의원 중 불신임안에 찬성할 의향이 있는 의원을 7명으로 파악했는데, 이대로라면 가결 가능성은 낮다.

불신임안이 부결되면 연금 개혁 법안은 법률로 발효된다.

반대로 가결되면 법안은 폐기되고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연금개혁 강행' 佛총리 불신임안 제출…시험대 오른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때 총리를 교체하거나, 재신임할 수 있다.

하원을 해산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위해 의회를 건너뛰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면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돼 시험대에 올랐다.

연금 개혁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해오다 하원 표결 직전에 이를 우회하기로 하면서 스스로 약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테판 쥠스티그 입소소 프랑스 여론조사팀장은 AFP 통신에 "법이 발효되더라도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과의 관계는 아주 손상된 채 남아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 연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했지만, 두 달 뒤 치른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여당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엘리제궁 열쇠를 다시 한번 내어주었지만, 그에게 온전히 힘을 실어주지는 않겠다는 민심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여야 그 누구도 단독 입법이 불가능한 구조에서 보른 총리는 의회 표결을 생략할 수 있게 하는 헌법 제49조3항을 이번까지 총 11차례 사용했다.

그럴 때면 일부 야당이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기하고는 했지만, 과반 찬성을 확보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보른 총리가 헌법 제49조3항 사용을 발표한 전날에 이어 이날도 프랑스 곳곳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 강행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시위대는 수도 파리 외곽순환도로에서 차량 이동을 막거나, 보르도 기차역 등에서 선로를 폐쇄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

교통, 에너지, 정유, 환경 미화 부문 등에서는 일부 노동조합이 지난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쓰레기 수거가 열흘 넘게 이뤄지지 않는 파리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쌓여 그 규모가 1만t에 달한다고 파리시청이 밝혔다.

'연금개혁 강행' 佛총리 불신임안 제출…시험대 오른 마크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