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임산부 숨은 극장에 러 500㎏ 폭탄 2발…당시 600명 스러져
극단원들 공연 이어가며 복구 의지…추모 공연서 "새로운 카운트다운 시작"
마리우폴 극장 폭격 참사 어느덧 1년…"다시 공연하고 있어요"
꼭 1년 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은 러시아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초토화됐다.

하지만 폭격으로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겠지만 의지는 꺾지 못했다.

당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도네츠크 드라마 극단' 소속 단원들은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쪽 끝 우즈호로드의 작은 극장 무대에 당시의 참상을 되새기며 준비한 연극을 올렸다.

비록 지금은 러시아 수중에 떨어져 있는 마리우폴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극단은 그동안 곳곳에서 공연 활동을 이어가며 복구 의지를 다져왔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작년 3월 17일, 마리우폴 극장에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피해 임산부와 신생아, 어린이 등을 포함한 약 1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모여 있었다.

당시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도시가 초토화될 때까지 폭격을 퍼부었다.

주민들은 설마 아이들이 피신해 있는 곳까지 폭격하겠거니 하면서 극장 옆 운동장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고 표식을 새겼다.

하지만 이 극장 건물에 보란듯 러시아군의 500㎏ 폭탄 두 발이 연이어 떨어졌고, 대피시설로 여겼던 극장은 순식간에 시신더미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격 직후 살아서 탈출한 사람은 약 200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6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마리우폴 극장 폭격 참사 어느덧 1년…"다시 공연하고 있어요"
러시아군은 당시 폭격이 우크라이나군의 '가짜 깃발'(false flag·위장전술) 공격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앰네스티는 생존자 인터뷰와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라고 규정했다.

생존한 극단원들은 러시아군을 피해 우크라이나 영토 중 러시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슬로바키아 접경 도시로 피란을 와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남은 단원은 7명에 불과했지만, 몸을 추스르고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군인 위문공연 5회를 포함해 38번에 걸쳐 무대에 올랐고 이들의 활동을 본 해외에서도 조력의 손길이 잇따랐다.

동참하는 배우들이 생기며 극단 규모는 17명으로 불어났고, 이웃나라 슬로바키아로 자선 공연 투어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날 도네츠크 드라마 극단이 공연한 연극의 제목은 '마리우폴 드라마'로, 폭격 참사를 추모하는 내용이다.

극작가 올렉산드르 하우로시의 희곡원을 바탕으로 우즈호로드로 이주한 배우들의 인터뷰를 가미해 구성됐다.

배우들은 무대에서 저마다 마리우폴 폭격 때 겪었던 참상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극단은 이날 공연을 홍보하는 글에서 "극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지만, 작년 5월 이미 새로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고 언급하며 극단이 건재함을 알렸다.

마리우폴 극장 폭격 참사 어느덧 1년…"다시 공연하고 있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