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7시 뉴스 시청률이 8∼11시보다 높아
스트리밍에 자리 내준 케이블…美 뉴스 밤 황금시간대 사라진다
미국에서 '밤 황금시간대' 케이블 TV뉴스의 인기가 퇴조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오후 8∼11시대 저녁 뉴스의 시청률이 낮아져 오후 4∼7시대 프로그램에 밀린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3대 케이블 TV뉴스 채널인 폭스뉴스·CNN·MSNBC 모두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요즘 폭스뉴스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오후 5시에 하는 패널 토크쇼 '더 파이브'다.

이 프로그램은 스포츠 생중계와 드라마 '옐로스톤'을 빼면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작년 전체 미국 케이블 TV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올해 1월 MSNBC에서는 오후 6시에 법조팀장 애리 멜버가 진행하는 법조 뉴스 프로그램이 이 회사 전체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MSNBC 개국 이래 27년간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은 항상 오후 8∼11시 황금시간대에서 나왔으나, 이번에 그 기록이 깨졌다.

CNN에서는 에린 버넷과 제이크 태퍼가 각각 진행하는 오후 7시와 4시 뉴스가 밤 황금시간대 뉴스를 제쳤다.

스트리밍에 자리 내준 케이블…美 뉴스 밤 황금시간대 사라진다
CNN은 정규 진행자 자리가 비어 있는 오후 9시 뉴스를 없애고 이 시간대에 특별 프로그램이나 은퇴한 농구 스타 찰스 바클리와 같은 비전통적 호스트가 진행하는 카메오 프로그램을 섞어서 방영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케이블 TV뉴스 방송사들은 저녁 뉴스 진행자를 출연료가 낮은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황금시간대에 다큐멘터리 등 전통적 TV뉴스가 아닌 논픽션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한다.

미국 케이블 TV뉴스의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2022년 MBNBC와 CNN의 황금시간대 시청자 수는 1년 전보다 각각 21%, 33% 감소했다.

다만 폭스뉴스는 2% 감소에 그쳐 선방했다.

이런 경향의 원인에 대해서는 매우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CBS 저녁뉴스의 책임프로듀서를 지냈고 지금은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전하는 '모 뉴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셰 오이누누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구 최대의 쇼"였다며 트럼프 퇴임을 계기로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케이블 TV 뉴스의 시청률이 낮아지는 이유 역시) 전통적 TV와 다를 것이 없다.

줄거리의 재미가 줄어들었고 등장인물 일부가 쇼를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저녁 황금시간대 뉴스를 진행하던 CNN의 크리스 쿠오모나 MSNBC의 레이철 매도와 같은 스타 앵커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진행 횟수를 줄인 영향도 지적된다.

NYT는 아울러 "케이블 TV뉴스는 지금까지 나타난 경쟁자 중 가장 강한 상대인 스트리밍을 만났다"라고도 지적했다.

24시간 케이블 TV뉴스 채널의 핵심 시청자 그룹은 65세가 넘는 미국인들이지만, 이들 역시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이 연령대 시청자들이 2022년 12월 스트리밍으로 TV를 본 총 시간은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2배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스트리밍에 자리 내준 케이블…美 뉴스 밤 황금시간대 사라진다
CNN 사장 출신으로, 스포츠 스트리밍 플랫폼 '행'의 공동창립자인 조너선 클라인은 "꼭 봐야만 하는 엄청난 일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으면, 이제 황금시간대 시청자들은 볼만한 스트리밍 옵션이 아주 많다"며 "과거에 비해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스트리밍으로 '탑건: 매버릭'을 볼 수 있다.

뉴스가 매버릭과 경쟁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중파 TV뉴스의 경우 밤 황금시간대가 아니라 오후나 이른 저녁에 방영되는 뉴스 프로그램의 인기가 가장 높은 게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 대세다.

미국 3대 공중파 방송사인 ABC·CBS·NBC는 전통적으로 저녁식사 시간 직전인 오후 6시 30분에 당일의 주요 뉴스를 정리해 방송했으며, 이 시간대 뉴스 프로그램들은 모든 장르의 공중파·케이블 TV 프로그램 중 시청률 최상위권에 속한다.

데이비드 뮤어가 진행하는 ABC의 '월드 뉴스 투나이트'는 작년 52주 중 31주간 스포츠를 제외한 장르의 미국 TV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오이누누는 미국 시청자 약 2천만명이 전통적인 오후 6시 30분 공중파 TV뉴스를 여전히 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오래된 경향을 케이블 TV가 따라잡고 있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직전에 뉴스 요약을 찾는다.

그 후에 우리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아니라 TV 작가들이 대본을 쓰는, 보다 전통적인 오락을 방영해 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