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시민운동당 지방선거 돌풍…상원서 최대 정당 확실시
'질소배출 가축 사육 제한' 정책에 반기…정계 지각변동 속 집권당 초비상
네덜란드 '反환경' 신생정당 압승…우익 포퓰리즘에 정계 발칵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신생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AP,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농민-시민운동당(BBB)은 전체 선거구 12곳 중 최소 8곳에서 승리한 것으로 16일 잠정 개표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BBB는 상원에서도 전체 75석 중 16∼17석을 차지하며 최대 정당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방 의회가 상원 의원들을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카롤리너 판 데르 플라스 BBB 당수는 승리 연설을 통해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우리에게 투표한 모든 사람도 평범한 시민들"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정부를 못 믿을 때 집에 머물지만, 이제는 집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2019년 출범한 BBB는 그간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농가의 표심을 샀다.

특히 질소 배출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가축 사육두수를 3분의 1가량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농촌에서 존재감을 부각했고, 도로에 거름을 뿌리는 시위로 주목받았다.

BBB는 도시에서도 질소 배출 감축 정책으로 대형 건설 사업에 제동이 걸린 틈을 타 표심을 파고 들었다.

네덜란드 NOS 방송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BBB는 우파 또는 중도우파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네덜란드 의회는 BBB 부상으로 판도가 뒤집히게 됐다.

오는 5월 말 지방의회 의원이 상원 의원을 직접 선출하게 되는데, 현재 90% 정도 진행된 개표 추이로 보면 BBB가 16∼17석을 차지하며 최대 정당으로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은 10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뤼테 총리는 "이것은 우리가 바라던 승리가 아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뤼테 총리가 주도하는 연립 정부도 다수당 지위를 놓치면서 국정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현지 매체들은 "괴물 같은 승리", "뤼테 정부에 대한 심판"이라고 대서특필했다.

2010년부터 총리 자리를 지켜온 뤼테 정부에 맞서 신생 정당인 BBB가 압승을 거두면서, 유럽의 정치 지형에서 우익 포퓰리즘이 난민 문제에 이어 환경으로도 확산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영국 매체인 가디언은 BBB의 주장이 기후변화 대응을 '정부 폭정'으로 몰아가며 서민과 엘리트를 반목시키는 포퓰리즘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유럽 포퓰리즘 문제 전문가인 캐서린 피시는 "네덜란드는 언제나 다른 곳에서 일어날 일의 전조가 왔다"며 "BBB의 성공은 녹색 정책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反환경' 신생정당 압승…우익 포퓰리즘에 정계 발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