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프랑스 정부가 관련 법안의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오후 하원 표결을 앞두고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 등을 소집한 자리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AFP 통신, BFM 방송 등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정부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됐을 때 각료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고, 과반수 찬성을 얻는다면 법안은 취소되고, 총리 등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

현재 하원에서는 집권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이날 상원에서는 전날 양원 동수 위원회가 마련한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3표, 반대 114표, 기권 38표로 가결했다. 최종안에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64세로 연장한다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반영됐다.

연금을 100% 수령을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그대로 담겼다. 근로 기간을 늘리는 대신 올해 9월부터 최저 연금 상한을 최저 임금의 85%로 10%포인트 인상한다는 조항도 유지됐다.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면 조기 퇴직이 가능하고,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이 잦은 '워킹맘'에게 최대 5% 연금 보너스를 지급하자는 공화당의 제안도 들어갔다.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어렵지 않게 통과한 것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