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2인자' 국무원 총리에 확정됐다.

12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전날 4차 전체회의에서 진행한 총리 투표에서 리창을 선출했다. 단일 후보인 리 총리는 참여한 2947명의 대표로부터 99.6%인 2936표의 찬성표를 받았다. 반대는 3표, 기권은 8표가 나왔다.

리창은 리커창(2013∼2023년)에 이에 1949년 중국 건국(1949년) 이후 8번째 총리가 됐다. 총리는 행정부인 국무원의 수장이다. 공산당 총서기가 겸직하는 국가주석에 이어 중국의 2인자다. 당이 국가의 우위에 있는 중국에선 권력의 핵심인 7인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 2위가 총리를 맡는다.

리 신임 총리는 국무원을 최소 5년, 연임 시 10년간 이끌며 시진핑 주석의 국정 운영 방향과 방침을 관철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3년간의 '제로 코로나' 방역과 부동산 등 민간 부문 압박으로 침체에 빠진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것이 리 총리의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저장성 출신인 리 총리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과 당 서기를 지낼 때 비서실장 역할을 한 핵심 측근이다. 그는 저장성 성장, 장쑤성 당서기, 상하이시 당서기를 거쳐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올랐다. '경제수도' 상하이, 중국 지역내총생산(GRDP) 2위·4위인 장쑤성과 저장성에서 리더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리 총리는 시장 원리와 기업가 정신을 중시하는 경제 철학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 당서기 시절엔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의 유치를 주도했다. 테슬라 중국법인은 중국 최초로 외국 자본이 100% 보유한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총리 근무 이전까지 중앙정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외부 노출을 자제하는 성향이 강해 기업인 등 외부와의 교류가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비운의 2인자'였던 리커창 전 총리보다 존재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다. 그러나 그가 시 주석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부문에서 리커창보다 더 많은 활약을 할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리창이 행정부 수반 자리에 오르면서 시 주석 시대의 '당정통합'과 '당강정약' 기조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개혁개방을 이끈 2세대 덩샤오핑은 1세대 마오쩌둥 시절 당으로의 과도한 권력 집중이 각종 부조리를 낳았다는 판단에 '당정분리'를 추진했다. 당은 인사권만 갖고 집행은 국무원으로 대표되는 국가 기구가 전담하도록 하는 게 중국식 당정분리다.

중국 최초로 3연임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은 당정통합으로의 회귀를 추진하고 있다. 분산된 조직들을 통합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당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국무원 개편이 이번 전인대에서도 이뤄졌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