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관대행법안' 항의 수만명 시위…바탕엔 친러-친서방 갈등
'러시아식 NGO 통제법' 규탄 조지아 시위, 2014년 우크라 상황 닮은꼴
캅카스 지역의 옛 소련 국가 조지아가 외국 지원을 받는 자국 내 비정부기구(NGO)와 언론을 통제하는 법안 채택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지아 사태가 2014년 우크라이나 상황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옛 소련 국가 내에서 벌어지는 친러시아-친서방 노선 지지 세력 간 대립이 대규모 시위 사태와 정치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CNN 방송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의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NGO와 언론사가 연간 수입의 20% 이상을 해외에서 지원받으면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외국대행기관법안을 1차 독회(심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안 채택은 총리를 지낸 친러시아 성향의 갑부 기업인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가 이끄는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주도하고 있다.

의회 내 추가 심의를 거쳐 채택될 이 법안은 러시아가 지난 2012년 제정한 법률을 모델로 하고 있다.

러시아는 당시 정치활동에 참여하면서 해외로부터 자금지원을 받는 단체들이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고 엄격한 규정과 제한을 준수하도록 하는 외국기관대행법을 채택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해당 법률은 지난 10여년 동안 러시아 시민사회와 자유언론을 억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조지아에선 외국대행기관법안이 1차 심의를 통과한 당일 법률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시민이 수도 트빌리시의 의회 앞에 몰려들어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튿날에는 시위 참가자가 수만 명으로 늘었다.

범유럽 싱크탱크인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는 조지아의 꿈 당이 조지아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되돌려 놓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CFR은 보고서에서 "지난 몇 년, 특히 지난 18개월 동안 조지아의 집권 연합은 서방과 거리를 두고 점차 러시아 영향권으로 돌아가려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조지아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친서방과 친러시아 노선 사이에서 갈등해 왔는데, 외국대행기관법이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을 한 조지아의 서방권 진입 노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분석가들은 조지아의 이번 시위 사태가 친서방 정권교체 혁명으로 이어진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13년 11월 당시 우크라이나에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 가입 논의를 전면 중단하고 친러 정책으로의 선회를 천명한 것에 항의해 일어난 친서방 노선 지지자들의 시위가 정권교체 혁명인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이어졌었다.

유로마이단 혁명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무장 독립투쟁으로 번졌고, 결국 지난해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이미 2008년 조지아의 친서방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친러 분리주의 지역 남오세이탸와 압하지야에 대한 조지아 정부의 탄압을 빌미로 조지아를 전면 침공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