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가장 성공적인 제품들이 모두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됐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공지능(AI) 챗봇 경쟁에서 뒤늦은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던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오답을 내놓으며 체면을 구긴 바드에 대해서는 전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보완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피차이 CEO가 전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첫 출시가 아니었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사용자들의 중요한 요구사항을 해결하고 심도 깊은 기술적 통찰력을 기반으로 구축됐기 때문에 시장에서 추진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초 제품이 아니었음에도 세계 최고로 성장한 구글의 제품은 많다. 1996년 검색시장에 구글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야후, 네스케이프 등 다른 검색엔진들이 있었지만 구글이 시장을 장악했다. 모바일 OS도 블랙베리 등이 인기를 얻고 있던 때 시장에 나왔던 안드로이드는 이후 애플의 iOS와 더불어 양대 산맥으로 성장했다.

구글이 내놓은 AI 챗봇 바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 직원의 동참을 요청했다. 피차이는 전 직원들에게 "2~4시간 가량 사용해달라"며 "모든 구글 직원들이 바드를 함께 만드는 데 기여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현장의 모든 직원들에게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일은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책임감 있게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차이 CEO는 "수많은 겨울과 봄을 거친 AI가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며 "도전을 받아들이고 계속 반복해야 할 때"라고 이메일에 썼다. 그는 "순간의 에너지와 흥분을 제품에 전달해달라"며 "음유시인(바드)를 시험하고 제품을 개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생성형 AI가 학습을 통해 훈련을 받는 시스템인 만큼 구글의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가자는 전략이다. 구글의 검색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부사장은 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바드는 예시를 통해서 가장 잘 학습한다"며 "다시 작성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면 제품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썼다. 그는 "올바른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보완 작업에 참여하면 모델의 훈련을 가속화하고 부하 용량을 테스트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