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위협 이어 中 정찰풍선 사태 터지며 위상변화 확인
미소냉전 뒤 명맥만 지키다 본토·동맹 보호 위한 실질임무
성탄절 산타 추적하던 '노라드', 신냉전 첨병으로 환골탈태
미·소 냉전 종식 이후로는 매년 성탄절 산타클로스의 영공 내 비행을 감시하는 외엔 존재감이 없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위상에 변화가 예상된다.

작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을 상대로 핵위협을 가한 데 이어 잠재적 적국이자 최대 경쟁국인 중국마저 미 영공에 정찰용 풍선을 띄우는 도발을 감행하면서다.

NORAD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지시를 받아 캐나다 영공을 침범한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격추하는 등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이미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과 캐나다 주민 일부는 이에 어색함을 느끼는 모양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F-22 전투기가 캐나다 총리의 지시를 받고 출동해 캐나다 영공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했다는 소식에 혼란을 느낀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13일 전했다.

1958년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창설한 NORAD와 관련해선 두 나라 정상이 모두 명령권을 지니지만 실제로 행사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다.

NORAD의 창설 목적은 "북미에 대한 공중공격을 방지하는 동시에 확인되지 않고 원치 않는 것이거나 권한이 없는 공중 활동에 대응함으로써 미국과 캐나다의 영공주권을 수호한다"는 것이다.

성탄절 산타 추적하던 '노라드', 신냉전 첨병으로 환골탈태
미국 알래스카에서부터 캐나다 퀘벡까지 배치돼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미사일 탐지용 지상·위성 레이다 체계도 NORAD가 관할한다.

그런 까닭에 NORAD 사령관은 미국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 모두에게 보고를 하게 돼 있다.

다만, 양국 정상이 NORAD에 대한 명령권을 행사할 때는 사전에 이를 상의하는 것이 보통이며, 캐나다 영공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이달 4일 미 본토를 횡단한 중국 정찰풍선을 동부 해상에서 쏘아 떨어뜨린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자국과 캐나다 영공에서 모두 4개의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수십년만 명맥만 지켜오던 NORAD의 항공·우주 방위체계가 신냉전의 첨병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캐나다 정부는 6년간 49억 캐나다달러(약 4조7천억원)을 들여 NORAD 경보체계를 현대화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냉전 때부터 운영되던 낡은 경보체계를 모두 갈아치우기로 한 것이다.

미국도 일찌감치 관련 예산을 책정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원조와 대러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거듭 핵위협을 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성탄절 산타 추적하던 '노라드', 신냉전 첨병으로 환골탈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말 주재한 국방부 이사회 확대 회의에서 핵 전투태세 강화를 주문하면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의 실전 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사르마트의 사정거리는 최대 1만8천㎞로 사실상 지구 전역을 타격할 수 있으며 10여개의 다탄두를 탑재해 동시에 다수의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사르마트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현존하는 모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뚫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중국 역시 핵전력을 급격히 증강하고 있다.

미 전략사령부(USSC)는 최근 연방 상·하원 군사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ICBM 고정식 발사대와 이동식차량발사대(TEL) 수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에 따라 장거리 핵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2026년 뉴스타트 만료에 앞서 세계 3위 핵보유국인 중국을 핵군축에 동참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