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디스인플레' 반긴 시장에
"물가상승률 2% 달성 아직 멀어
최종 기준금리 연 5% 넘길 것"
미국 중앙은행(Fed) 고위 관계자들이 8일(현지시간) 일제히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톱’을 드러냈다. 시장이 전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로 받아들인 것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Fed 인사들의 강경한 어조에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금리 인상 계속된다” 한목소리
‘Fed의 3인자’로 꼽히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제약적인 통화 정책을 몇 년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최근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시작됐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만 시장이 의미를 부여하자 Fed의 매파 기조를 재차 확인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윌리엄스 총재는 최근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시점에서 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Fed는 지난해 6월부터 4회 연속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이어간 후 12월 0.5%포인트, 올 들어 0.25%포인트로 인상폭을 줄였다. 윌리엄스 총재는 지난해 12월 공개된 점도표(Fed 인사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것)가 “매우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Fed 인사들은 올해 말 금리가 연 5~5.25%로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금리가 연 4.5~4.75%인 것을 감안하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이날 한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긴 싸움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리사 쿡 Fed 이사도 “금리 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은 총재는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많지 않다”며 “우리가 더 많은 일(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지나친 시장 낙관론에 경고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 Fed가 금리를 연 5%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매파적 발언에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0.6%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1%, 1.7% 내렸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6주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구인난이 여전하다는 해석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월 29일~이달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9만6000건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9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전주(18만3000건)보다 1만3000건가량 늘었고, 시장 추정치(19만 건)보다 많았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2주일 이상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약 169만 건으로 전주(166만 건)보다 증가했다. 블룸버그는 “해고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노동시장은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노동시장 강세가 Fed의 매파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주간입니다. CPI의 소숫점 첫째 자리 변화에 따라 증시의 단기 방향이 결정됩니다. 1월 고용보고서로 인한 불안감에 기름을 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입다. CPI의 유효기간은 짧게는 한 주입니다. 길어야 다음달 CPI가 나올 때까지입니다. 곧 나올 미국발 변수는 급이 다릅니다. 그 영향력은 짧게 봐도 2년입니다. 아니 반영구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 견제와 '바이 아메리칸',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큰 틀 아래 견고한 세부 무역원칙들이 정해집니다. 좋든 싫든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 블록화된 세계 질서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번 주엔 워싱턴이 정하는 한국의 운명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와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두더지 게임' 같은 CPI발렌타인데이에 발표되는 1월 CPI는 투자자들에게 단맛을 줄까요. 쓴맛을 안길까요. 현재 예상으론 둘 다 들어가 있습니다. 좋은 소식은 인플레이션의 핵심인 임금 상승률이 꺾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지표로 봐도 그렇습니다. 고용보고서에 나오는 평균 임금 상승률이나 고용비용지수(ECI)도 둔화 추세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에 백악관까지 가세해 홍보하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기반의 임금 상승률도 그렇습니다. 주택을 제외한 '슈퍼 코어' PCE에서 임금상승률을 산출했더니 둔화 추세가 뚜렷했습니다. 지난해 초 7~8%였지만 같은해 12월엔 4.5~5%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파월 의장의 말대로 주택 서비스 즉 렌트비도 둔화 추세입니다. 민간 통계에선 이미 그 흐름이 잡히고 있고 CPI 통계에도 하반기엔 반영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한동안 잠잠하던 기름값이 뛰고 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 때문에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튀르키예의 지진도 유가와 곡물가에 긍정적인 소식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 품목 중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중고차 가격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만하임에 따르면 올 1월 중고차 평균가격은 한 달 전보다 2.5% 올랐습니다. 중고차 수요가 급증한 영향입니다. 그동안 속썩이던 골칫덩어리인 임금과 서비스 가격이 진정되니 잠잠하던 사고뭉치인 유가와 중고차 가격이 꿈틀대는 형국입니다.물가 선행지표는 '선행'을 할까1월 CPI의 시장 컨센서스는 전년 동월대비 6.2~6.3%입니다. 12월 상승률(6.5%)보다 낮지만 하락 예상폭이 크지 않습니다. 디스인플레션 정국에서 적중률이 떨어지고 있는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나우 캐스팅은 1월 CPI를 6.44%로 12월과 비슷하게 예측합니다. 12월 CPI는 전달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소수 첫째자리 반올림 기준으로 2020년 5월 이후 31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1월 CPI는 전달대비 0.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어 인플레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CPI 선행지표도 나옵니다. 1월 CPI 발표 전날인 13일에 뉴욕 연은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나옵니다. 계속 하락 추세인 1년 기대인플레가 얼마나 더 꺾일 지가 관심사입니다. 16일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지난해 6월까지 11%대였던 PPI는 12월엔 6.2%로까지 떨어졌는데 이 추세가 이어질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고용 쇼크'를 소비가 조금 완화시켜줄 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경기후퇴를 반영하는 순서를 보여주는 'H·O·P·E' 이론에 따라 주택과 주문, 기업 이익은 다 꺾였습니다. 가장 후순위인 고용만 견고합니다. 고용과 상관관계가 높은 소비도 둔화하고 있습니다. 소비 대표지표인 소매판매가 15일에 발표됩니다. 전월대비 기준으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졌는데 이번에 어떨 지를 지켜봐야겠습니다.이를 통해 파월 의장의 말대로 연착륙이 가능할 지 여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기둔화폭과 실업률 상승폭을 최소화하면서 인플레를 잡는 길입니다.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를 바꿔 희생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허리케인급 '미국발 변수' 줄줄이 대기증시 영향력이 큰 CPI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월례행사에 불과합니다. 유효기간이 한 달이라는 겁니다. 앞으론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시험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선 반도체 시험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고사시키기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나와 있는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보조금 대상 기업은 중국 투자를 제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18㎚(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 내지 14㎚)보다 기술 수준이 높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별도로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규칙(FDPR)과 미검증기업을 내세워 대부분의 중국 반도체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요컨대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의 기술과 제품, 장비가 모두 중국으로 들어가는 원천차단하고 있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동맹국들의 동참도 강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함께 반도체 장비 3대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단 한국은 1년 유예기간을 받았습니다. 올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중국 공장에 장비 반입이나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장비 보수와 추가투자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될까요. 이달 23일에 그 윤곽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반도체지원법 시행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달말에 세부 요건을 확정지을 방침입니다. IRA에 이어 또 뒷통수 치나 한국산 철강은 쿼터제에 묶여 미국 수출량을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2018년 세이프가드를 통해 25%의 고율 관세를 피하는 대신 2015~2017년 3년 간 평균 수출 물량의 70%까지만 미국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수출량을 늘리기 위해 이 조항을 바꾸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일 위기에 빠졌습니다. 미국은 현재 유럽과 글로벌 철강산업 구도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GSSA(Global Sustainable Steel Arrangements)라는 도구를 통해서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맺는 양자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협정입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철강 과잉공급에 대응하면서 관세 기준을 탄소배출량으로 바꾸려고 합니다.2021년 10월 미-EU간 논의를 개시했으며, 올해 10월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EU가 정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국가를 중심으로 회원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 간 저율 관세를 적용하고 비회원국에 대해선 고율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큽니다. EU도 탄소배출 가격을 부담하도록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올해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희생을 최대한 줄이려면한국은 GSSA나 CBAM에서 모두 소외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철강제품은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고 품질도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이 높은 게 흠입니다. 탄소 집약도는 주요국 중 12위에 불과합니다. 중국보다 조금 나은 정도입니다. 미국은 현재 중국 견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미국 중심주의로 귀결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폐기했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이 아메리칸'으로 간판만 바꿔달았을 뿐입니다. 중국 첨단산업의 발전을 막고 그 이후엔 모든 기간산업과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공급망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철강 등의 생산지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기계설비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도산 전문 변호사를 찾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파산 신청을 위해서다. 변호사는 A씨의 자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파산 대신 회생을 권유했으나, A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A씨는 “기계설비가 비싼데,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니 기계를 사겠다는 기업이 없다”며 “앞이 보이지 않아 파산 신청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부채를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탈락하며 벌어진 현상이다. 그동안은 회생 기업이 많았지만, 경기 악화에 고금리 상황까지 장기화할 조짐이어서 조만간 파산기업 수가 회생 기업 수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슷해진 회생·파산 기업 수9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한 해 1047건의 회생 신청이 접수됐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2021년(1191건)과 비교해봐도 회생 신청은 12% 줄었다. 반면 파산 신청 건수는 2021년(955건) 대비 5% 증가하며 1004건을 기록했다. 파산 신청이 가장 많았던 2020년(1069건)과 비슷하다.회생 신청 기업과 파산 신청 기업 수의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법인 회생 제도 도입 초기인 2007년도에는 파산 신청이 회생보다 많았지만, 그 후 줄곧 회생 신청 건수가 파산보다 훨씬 많았다. 2017년에는 회생 신청이 1780건, 파산 신청이 587건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다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정책자금 회수 지연 등으로 회생 신청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파산 신청과의 격차도 236건으로 줄어들었다.올해는 파산 신청이 늘어나며 그 격차가 43건까지 줄었다. 이는 통계 기록 이후 가장 작은 격차다. 예전 같으면 회생을 신청할 업체들도 파산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동욱 법률사무소 서울 변호사는 “과거엔 회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회생과 파산을 놓고 고민하는 오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뿐 아니라 20년 이상 중소기업을 운영한 50~60대 오너들도 ‘파산하겠다’며 찾아온다”고 말했다.부동산 가치 하락도 파산 기업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오너들이 가지고 있는 공장 부지와 개인 부동산의 가치 하락으로 기대만큼 부동산 담보 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부족한 운영자금을 대출로 메우지 못해 파산을 선택하는 기업도 꽤 된다”고 했다. 데드크로스 곧 오나실제 파산 기업 수는 훨씬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에 회생 신청 이후 회생 폐지 절차를 밟아 최종 파산으로 이어지는 기업 수치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에만 전국 법원에서 회생 폐지를 공고한 건수는 총 81건이다. 이에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회생 폐지 법인이 모두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회생 계획 인가 후 폐지가 되는 사례만 파산 선고가 이어지는데, 이는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웅진에너지가 회생 계획 인가 후 폐지 절차를 밟은 뒤 파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회생과 파산 신청 건수가 곧 역전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이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영난을 겪는 경우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의 조처가 필요하지만, 현재 금리 여건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의 거시환경이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극심한 위기는 아니더라도 기업 줄도산은 경기에 작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33조원 가까운 이자이익을 거뒀다. 이자이익이 전년보다 20% 넘게 늘면서 모기업인 4대 금융지주도 16조원 가까운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더디게 인상해 예대마진을 늘려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권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도 나온다.○하나은행 순이익 1위 차지하나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조6257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전년(3조5261억원)보다 2.8%(996억원)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이자이익이 전년보다 20%(1조4826억원) 늘어난 8조9198억원에 달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금리 인상 효과로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작년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1.96%와 1.74%로 전년 대비 0.25%포인트와 0.27%포인트 높아졌다. 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 이익은 1조7445억원으로 전년보다 6.4%(1189억원) 줄었다.주력사인 하나은행은 ‘리딩뱅크(1등 순이익 은행)’에 올랐다. 하나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23.3%(5988억원) 증가한 3조1692억원에 달했다. 신한은행(3조450억원) 국민은행(2조9960억원) 우리은행(2조9198억원)보다 많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외국환, 자산관리 등 은행의 핵심 사업역량이 시너지를 내면서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하나금융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결산 배당금은 주당 3350원(중간배당 800원 포함)으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하는 금액)은 27%다. 연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금리 오르자 이자수익 ‘껑충’4대 은행의 작년 합계 이자이익은 32조79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사상 최대였던 2021년(27조905억원)보다 21.1%(5조7044억원)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이 1년 전보다 20.2% 늘어난 9조291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 8조2052억원(24.1%), 하나은행 7조6087억원(23.7%), 우리은행 7조4177억원(25.3%) 순이었다.이자이익이 급증한 것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연 3.25%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한은이 집계하는 잔액 기준 은행 예대금리차는 2021년 12월 2.21%포인트에서 작년 12월엔 2.55%포인트로 커졌다. 하지만 은행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빨리 올리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4대 은행의 ‘이자 잔치’로 모기업인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4대 금융지주의 작년 합계 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이전 최대였던 2021년(14조5429억원)보다 8.9%(1조3077억원) 증가했다.비은행 사업 확대로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던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심해졌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58.8%에서 작년 67.9%로 높아졌다. 신한금융도 같은 기간 은행 순이익 비중이 62.1%에서 65.6%로 올라갔다. 하나금융(87.4%)과 우리금융(83.9%)도 은행 의존도가 커졌다.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