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적 구조 사례 잇따르지만 '골든타임' 72시간 임박
튀르키예에 70개국 지원, '내전' 시리아는 구호 손길 난망
WHO "생존자들 여건 끔찍…신속 지원 없이는 2차 재난 직면할 것"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 1만5000명 넘어…나흘째 필사의 수색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 후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한 데 비해 구조 여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희생자 수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AFP·로이터·AP·신화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저녁까지 튀르키예 사망자 수가 1만2천391명으로 집계됐다.

시리아의 경우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 설명을 종합하면 약 3천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치면 양국의 희생자 수는 1만5천명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2015년 네팔 대지진(사망자 8천831명)의 피해 규모도 이미 넘어섰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도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인명피해가 더 늘어난다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8천500명) 때 사망자 수치까지 넘을 가능성도 있다.

현지 구조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출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를 헤치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전날 트위터에서 "카흐만마라슈를 강타한 최초 지진 이후 700번의 여진이 잇따랐다"며 총 6만명 이상의 인력이 피해지역에 파견돼 구조 및 지원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흐르며 희망이 옅어져지고 있으나 기적적인 구조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 1만5000명 넘어…나흘째 필사의 수색
미국 CNN 방송은 가지안테프 지역 붕괴 건물 아래에 갇혔던 두 여성이 62시간만에 생환했다고 보도했다.

다행히 구조 당시까지도 의식을 유지한 파트마 데미르(25)는 "지진이 덮쳤을 때 콘크리트 슬래브가 내 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기구는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도 인도적 지원에는 한 마음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구조대를 보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도 구조대와 지원 인력을 현지에 급파했다.

EU는 참사를 겪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총 650만 유로(약 88억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자연재해 발생 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와 희망의 불씨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카흐라만마라슈에서 구조 활동 중인 이스라엘의 리노르 아티아스는 CNN에 "사람들이 계속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다"며 "추위를 이기려 매트리스까지 태우는 바람에 유해한 연기가 공기를 채우면서 냄새가 지독하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 1만5000명 넘어…나흘째 필사의 수색
희생자들의 시신도 당장 거리에 그대로 방치돼 있어 참혹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ICRC 중동지부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시신을 적절히 수습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난방기구와 텐트, 식음료 등 생필품은 물론 시신을 수습할 가방도 부족한 상태라며 지원을 호소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튀르키예 당국의 늑장 대응과 199년부터 걷힌 '지진세'의 불투명한 용처, 폭삭 주저앉은 건물들의 부실공사 의혹 등으로 현지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20년째 장기 집권 중으로 오는 5월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남부 피해지역을 직접 찾아 둘러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당국 대응에 대해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부정한 사람들이 정부를 향해 허위 비방을 늘어놓고 있다"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 1만5000명 넘어…나흘째 필사의 수색
오랜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시리아의 경우 피해가 집중된 북서부 지역이 반군의 통제 하에 있는 탓에 구호물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CNN은 튀르키예에만 총 70개국과 14개 국제기구가 지원에 나섰으나, 시리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지원 제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시리아에 직접 구호물자를 보낸 것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이란, 리비아, 이집트, 알제리, 인도 등 주변 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수색·구조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