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반부패 캠페인' 지속 의지 부각 가능성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화제가 된 중국의 범죄 척결 드라마의 주인공이 리커창 총리 주재 좌담회에 참석해 주목받고 있다고 중국중앙TV(CCTV) 등 현지 매체가 8일 보도했다.

中 '범죄 척결' 드라마 주인공, 총리 주재 좌담회 참석…속내는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한 달 앞두고 리 총리가 주재한 전문가 좌담회에 화제의 드라마인 '쾅뱌오'(狂飊·맹렬한 폭풍)의 주인공 '안신'을 연기한 배우 장이가 참석했다.

양회에서 발표할 정부 업무 보고와 관련, 각계 의견 청취를 위해 열린 이 좌담회에서 학자와 기업가, 교육·문화, 보건 전문가, 기층 대표 등 참석자 9명이 발언했는데 장이도 발언자로 나섰다.

장이의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했다는 자체가 8일 오전 중국의 대표적인 포털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2위에 오르고 관영 매체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경찰과 검찰, 법원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공산당 중앙정치법률위원회(중앙정법위)가 '반부패 캠페인' 3주년을 맞아 지휘 제작한 범죄 예방 드라마다.

악의 세력에 맞섰으나 뒤를 봐주는 부패한 윗선에 의해 번번이 좌절했던 형사 안신이 시진핑 국가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윗선이 제거되자 20년 만에 부패 조직을 검거하는 데 성공하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달 14일 첫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춘제 연휴 CCTV 시청률 1위에 올랐고,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아이치이의 드라마 인기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1일 방영된 마지막 회는 3.7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재생 건수가 단일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3억 건을 돌파하는 등 최근 9년간 CCTV가 방영한 드라마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이 됐다.

중국의 해외여행 재개 이후 태국에서는 곳곳에서 중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中 '범죄 척결' 드라마 주인공, 총리 주재 좌담회 참석…속내는
이 드라마를 제작한 쉬지저우 감독은 "시대적 변혁 속에 소시민의 운명을 다룬 작품 두 편을 더 제작, 시대 3부작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혀 후속작 제작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각에서는 착한 생선 장수였으나 불량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악의 세력이 돼 가는 악역을 연기한 장쑹원이 큰 인기를 얻으며 지하세계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결코 악의 무리를 용납하지 않으며, 결국 악의 무리가 설 땅이 없다는 점을 설파하면서 시청률까지 챙겨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며 제작 의도를 성공적으로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 총리 좌담회에 드라마의 주인공이 참석하고, 관영 매체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 드라마의 인기 여세를 몰아 중국 당국이 반부패 전쟁을 가속화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3년간 방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제적 충격을 우려해 다소 고삐를 늦췄으나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라 일상이 회복되면서 시 주석 집권 이후 최대 치적의 하나로 삼은 부패 척결을 통해 시 주석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부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지난달 9일 반부패 규제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관리들은 이익 집단이나 권력 집단을 위해 행동하거나 기업가들과 결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 '반부패' 캠페인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