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해 500여명이 숨지고 3000여명이 다쳤다. 튀르키예뿐 아니라 시리아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다.

6일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17분(현지시간)께 튀르키예 남부에 있는 에르진잔주의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서쪽으로 33km 떨어진 내륙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규모는 사망자 약 3만명이 나왔던 1939년 튀르키예 에르진잔주 지진과 같은 강도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최대 강도다. 이스라엘, 그리스뿐 아니라 진원지에서 약 900km 떨어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도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지진 강도가 셌다.

사망자도 속출했다. 푸앗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최소 284명이 숨지고 2323여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진원지와 국경 간 거리가 약 60km에 불과한 시리아의 피해도 컸다. 시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시리아에서만 사망자 최소 237명과 부상자 639명이 나왔다. 반군 장악 지역인 시리아 이들리브주에서만 4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지진으로 500명 이상이 숨지고 3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된 사람들이 있어 인명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하다.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1710여채가 파괴되고 터키 남부 하타이공항의 가동이 중단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튀르키예는 북동쪽의 유라시아판과 남서쪽의 아라비아판이 맞닿는 대륙판인 아나톨리아판에 자리잡고 있어 지진이 잦다. 이번 지진은 지하 18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원 깊이가 70km 미만이면 깊이가 얕은 천발지진으로 분류된다. 천발지진은 충격이 지표에 그대로 전달돼 다른 유형의 지진보다 피해가 큰 편이다. 이번 지진엔 여진도 잇따르며 피해를 키웠다. 규모 4 이상의 여진만 최소 18차례 확인됐다. 본지진 발생 후 11분 뒤엔 규모 6.7의 여진이, 19분 뒤엔 규모 5.6의 여진이 뒤따랐다.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알레포, 하마, 라타키아 등에 방위군, 소방 인력 등을 동원하는 비상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도 구호 손길을 보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로 튀르키예와 갈등을 빚어왔던 이스라엘의 엘리 코헨 외무장관은 “터키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신속 재난 지원 프로그램을 외무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람들과 함께하겠다”며 “EU는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한국시간 오후 2시까지 접수되거나 파악된 우리 국민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