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말 건조된 프랑스제 상파울루호
환경단체 "석면·중금속 새어나와 먹이사슬 오염"
브라질, 항공모함 결국 대서양 수장…해양생태계 해칠라
브라질이 환경오염 우려에도 퇴역 항공모함 '상파울루'를 대서양에 수장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해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리 계획됐던 이번 수장은 3일 오후 늦은 시각 브라질 해안에서 350㎞ 떨어진 대서양 수심 5천m 지역에서 당국 통제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길이 266m, 배수량 약 3만t 규모의 상파울루 호는 1950년대 말 프랑스에서 건조돼 1960년대 프랑스의 첫 핵실험에 동원되고 1970∼1990년대 아프리카, 중동, 구유고슬라비아 지역에 파견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2000년 상파울루 호를 프랑스에서 1천200만 달러(약 150억 원)에 사들였다.

상파울루는 브라질 해군의 유일한 재래식 항공모함으로 운영되다가 약 20년 만에 퇴역시킨 뒤 지난해 고철용으로 튀르키예 조선소에 매각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 항공모함에 유해 물질인 석면이 포함됐을 수 있다면서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브라질에서도 똑같은 우려가 제기된 탓에 상파울루 호는 최근 몇 달간 브라질 앞바다를 떠돌아야 했다.

결국 브라질 해군은 상파울루 호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2일째 되는 날인 이날 수장을 단행했다.

브라질, 항공모함 결국 대서양 수장…해양생태계 해칠라
환경 단체는 이번 조처로 해양 생태계가 오염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파울루 호에 포함된 석면과 중금속, 기타 독성 물질이 바다로 빠져나가 해양 먹이사슬이 오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 환경보호단체 바젤행동네트워크(BAN)는 이날 그린피스, 시 셰퍼드와 공동성명을 내고 해양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이번 수장이 국제조약 3개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BAN은 앞서 환경 보존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면서 지난달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수장 계획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린피스 브라질 지부의 레안드로 라모스는 "환경을 위한 책임감 있는 다른 조치가 채택될 수 있었으나 지구 생명에 필수적인 해양 보호는 또다시 등한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브라질 해군은 배가 저절로 가라앉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수장시키는 것이 환경 보호 차원에서 낫다는 입장이다.

해군은 "항해 안전과 환경, 공중 보건, 어업 활동 그리고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 수장 지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