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치 대통령 "미국·EU 제안 거부하면 국제 왕따 될 것"
세르비아 대통령, 코소보와 화해 모색에 야당 "반역자" 반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코소보와의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역설하자 이에 반발한 야당 의원들이 연단으로 몰려나오면서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있는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의원들에게 코소보와의 협상 경과를 설명하며 "유럽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세르비아의 이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세르비아에 뼈아픈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EU 가입을 위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EU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세르비아는 국제적 왕따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생활 수준이 향상될 수 있도록 우리는 유럽의 길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EU는 '발칸반도 앙숙'인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프랑스-독일 제안'을 제시하고 양국에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제안은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유엔 가입에 동의하면 EU가 특별 절차를 통해 세르비아가 EU에 신속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코소보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세르비아가 태도를 바꾸면 세르비아가 원하는 EU 가입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소보와의 어떠한 타협도 거부하는 우파 성향의 야당 의원들은 이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항복 반대", "반역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부치치 대통령에게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연단 근처로 몰려나와 여당 의원들과 서로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였다.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갈등은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세르비아계 전직 경찰관이 코소보 경찰에 체포된 것을 계기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기도 했으나 미국과 EU의 개입으로 무력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EU는 두 국가의 분쟁이 확대될 경우, 동유럽 전체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면서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