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는 퀄컴, 인텔 등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대(對)중 제재가 더 강화되는 모습이다.
“5월부터 화웨이 수출 통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거래 중인 일부 미국 기업에 더 이상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 정부의 이런 행보가 화웨이에 대한 부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금지하면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 수출은 원천 차단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에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가 오는 5월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지 4년이 되는 때다.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해온 중국 수출 통제 방침의 일환이다.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이번 제재가 반도체 수출 규제처럼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따르도록 압박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지난 27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방침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 그런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2019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2020년 5월부터는 미국 장비를 사용한 외국 기업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도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과 무관한 부품과 기술을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은 허가했다. 이 때문에 퀄컴은 화웨이에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 중이다. 인텔과 AMD는 화웨이에 노트북 프로세서를 수출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퀄컴과 인텔, AMD 등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다.
중국 외교부는 31일 미국의 화웨이 관련 품목 수출 허가 전면 중단 소식에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中 최대 메모리기업도 제재로 휘청
미국의 제재로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한 달여 만에 직원의 10%를 내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YMTC 직원은 약 6000명으로 해고 인원은 수백 명에 달할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YMTC는 2016년 설립돼 낸드플래시를 생산해왔으나 미국의 잇단 제재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나선 지난해 10월만 해도 YMTC는 신규 대졸 사원을 좋은 조건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12월 16일 YMTC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SCMP는 “YMTC가 미국의 제재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우한에 두 번째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연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YMTC가 바로 망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반도체 장비와 서비스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성장에 지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반도체 감산 대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택했다. 수요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올 상반기 반도체 사업에서 ‘조(兆) 단위 적자’가 유력한 상황에서 나온 최고위 경영진의 결정이다.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높여 돌아올 호황기에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4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했다. 4분기 매출(70조4600억원)과 영업이익(4조31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68.9% 줄었다.반도체 불황이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했다. 메모리사업부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가 쌓인 고객사가 구매를 줄이면서 D램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34% 급락한 영향이 컸다.실적 급감에 부담을 느낀 삼성전자 경영진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량을 조절해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검토했다. 감산하면 공급량이 줄어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수요가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이날 공개한 결론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투자(CAPEX)는 전년(약 48조원)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고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반도체 생산량 조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술적 감산’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효율화와 첨단 공정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라며 “단기적으로 비트(생산량)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수요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가 미래 대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감산’ 기대가 사라지면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63% 하락한 6만1000원에 마감했다.황정수/정지은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상당히 컸다. 1위 업체가 감산에 뛰어들면 칩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업계 전반의 수익성도 회복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경영진도 최근 웨이퍼(반도체원판) 투입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을 검토하며 득실을 저울질했다.장고 끝에 나온 결론은 감산이 아니라 투자다. 올해 50조원 규모 반도체 투자를 단행해 연구개발(R&D)과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불황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성공 방정식’을 이번에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황 전망은 부정적삼성전자가 31일 열린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내놓은 올해 업황 전망은 ‘낙관’보다는 ‘비관’에 가깝다. D램, 낸드플래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주요 제품·서비스 분야에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에 따른 수요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정보기술(IT)산업의 수요 부진 여파로 기업들이 반도체를 구매하기보다 쌓아놓은 반도체를 소진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얘기다. “하반기에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언급됐지만 ‘내부적인 기대’라는 점을 감추지 않았다.삼성 안팎에서 공개된 반도체 관련 통계에서도 긍정적인 수치를 찾기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월 PC용 D램 범용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18% 떨어진 1.81달러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반도체 전문가들을 인용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1분기 가격 하락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3~4개월치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쌓여 있다”고 경고했다. R&D와 시설투자 포기 안 해보통의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꺼낸다.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해 공급량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이다. 지난해 10월께부터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오시아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줄줄이 투자 축소와 공급량 조절을 발표했다. 가격을 방어해 손실폭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진도 인위적 감산 카드를 외면한 건 아니다. 지난 주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은 라인 효율화 작업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기술적 감산’과 ‘투자 규모 유지’로 나왔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감산 강도를 저울질하되 미래를 위한 R&D와 시설투자를 포기하진 않겠다는 의미다.수익성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최첨단, 고사양 제품으로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메모리사업부는 차세대 규격 제품인 ‘DDR5’의 서버·PC용 제품을 준비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팹리스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는 차량용 통합칩셋(SoC) 공급 확대, 중저가 스마트폰용 칩셋 판매 등에 나설 예정이다. 파운드리사업부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활용한 3나노 2세대 공정, 2나노 1세대 공정을 통해 고객사를 늘리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생존’ 위한 합병 속도 낼 듯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감산을 기대했던 경쟁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크게 줄이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공급 과잉 해소와 반도체 가격 반등에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SK하이닉스와 대만 D램 업체 난야의 주가가 각각 2.43%, 4.15% 하락한 데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시장에선 현재 진행형인 일본 키오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 등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생존을 위한 ‘물리적 결합’이 가시화할 것이란 얘기다.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전자의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지난해 4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세계적인 소비 침체로 가전 사업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모바일 사업의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올해도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DX부문의 매출이 42조7100억원, 영업이익이 1조6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51.8% 감소한 수치다. DX부문은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MX(모바일경험)·네트워크사업부와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DA(가전)사업부로 구성된다.VD·DA사업부는 이 기간 15조5800억원의 매출과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적자는 2015년 1분기 후 처음이다. 시장 추정치인 영업이익 2000억원 안팎을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가전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했다.모바일 사업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MX·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36.1% 감소한 26조9000억원,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했고, 특히 중저가 시장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삼성전자 DX부문은 올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생산 거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원자재 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황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스마트폰 사업에선 2월 출시하는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TV 분야에선 주력인 네오 QLED를 비롯해 마이크로LED TV, OLED TV 등 프리미엄 TV를 통해 초대형·고화질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다만 업계에선 올해도 삼성전자 DX부문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TV·가전 시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혹한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시장 출하량이 1억9900만 대로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