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군사적 조치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U는 이란 군 조직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9일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억제와 관련해 군사적 조치를 고려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이 탁자 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블링컨 장관이 이날 이집트에 도착해 현지 매체인 알아라비야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불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교”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든 옵션이 탁자 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해 말 미국과 이란 양국의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이 중단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JCPOA는 2015년 이란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체결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서방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JCPOA를 일방 파기하자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거부하고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 논의를 재개했지만 이란이 추가 보장 조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 정부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관련해서 블링컨 장관은 “청년들, 특히 여성들이 기본권을 위해 이란의 거리에서 일어섰지만 정권에 의해 폭력적인 억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이란은 드론과 다른 잠재적인 무기들을 공급하면서 러시아를 지원했다”며 “이는 (우리의) 초점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EU도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주 열린 EU 외무장관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은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단체로 분류하는 안을 논의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이 방안에 지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자체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 조직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국토 방위에 집중하는 정규군과 달리 이슬람 체제 보호에 집중하는 군 조직이다. EU와 영국이 이 군대를 테러 단체로 분류하는 경우 JCPOA 복원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집트에 이어 30·3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임수 수도인 라말라도 방문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추진 중인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 시도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