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협업 기업들 주가 폭등
버즈피드, 하루새 120% 치솟아
의료·법률·경영 다방면 역할 기대
피차이 구글 CEO, 비상사태 선포
"1~2년내 검색엔진 주도권 뺏긴다"
창업자까지 불러모아 대응 논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AI 챗봇 ‘챗GPT’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클라우드, 검색엔진에 이어 온라인 뉴스 플랫폼에서도 챗GPT를 활용한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업체 버즈피드가 오픈AI와 협업하기로 했다. 챗GPT의 급성장에 구글은 ‘비상경계령(Code Red)’을 내렸다. AI가 검색엔진을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챗GPT가 일으킨 바람에 세계 정보기술(IT)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기사 쓰는 AI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오픈AI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그는 “AI가 올해 편집과 경영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5년 설립한 인공지능 개발사다. 지난해 11월 사람처럼 글을 쓰는 챗봇인 챗GPT를 공개했다.
이날 버즈피드 경영진의 발표와 관련해 내부에선 팩트 체크가 부실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앞서 IT전문 매체 시넷이 뉴스 제작에 AI를 도입한 뒤 77개 오보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페레티 CEO는 “사람 일을 대체하기 위해 AI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 절감보다 AI가 지닌 역량을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와 손잡았다는 소식에 버즈피드의 주가는 폭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119.88% 급등한 2.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챗GPT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치솟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날 3%가량 뛰었다.
MS는 지난 23일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총 100억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와 검색엔진 ‘빙’에 오픈AI의 AI 기술을 활용할 방침이다.
‘코드레드’ 발동한 구글
챗GPT의 등장에 구글은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물러난 창업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순다르 피차이 CEO는 3년 전 회사를 떠난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머리를 맞대고 챗GPT 대응책을 논의했다. 구글의 지메일을 개발한 폴 부케이트는 “AI가 곧 검색엔진을 대체할 것이다. 구글이 붕괴하기까지 1~2년 남았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오는 5월 개최되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I/O)’에서 챗GPT에 맞설 20여 가지 AI를 공개할 계획이다.
챗GPT 확산에 신바람 난 기업들도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하는 엔비디아, 이를 수탁생산하는 대만의 TSMC와 TSMC에 제조 장비를 공급하는 ASML 등이다. AI를 작동하려면 고성능 GPU가 필수다. 챗GPT도 엔비디아의 GPU인 ‘A100’을 통해 작동한다.
챗GPT의 활용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법률·경영 등 전문 직종에 쓰기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챗GPT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의 필수 교과목인 ‘운영관리’ 기말시험을 통과했고, 미네소타대 로스쿨에선 졸업시험에 응시해 ‘C+’를 받았다.
교육계도 들썩이고 있다. 뉴욕시 교육부는 지난 5일 모든 공립학교에서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학생의 비판적 사고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은 세계적 수준과는 아직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AI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91곳이나 있지만 한국은 한 곳도 없다. AI 기술 고도화에 필수인 데이터 확보가 어렵고 관련 투자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미국은 스케일AI, 페어 등 53개 AI 유니콘 기업을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중국(19개)과 영국(4개) 순이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보다 작은 이스라엘은 3곳의 AI 유니콘 기업을 보유했다.업계에서는 국내 AI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힘든 것은 AI를 학습시킬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AI 챗봇 서비스업체 대표는 “AI는 모델이 커진 만큼 데이터 양도 방대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데이터 활용 규제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 자료가 적다”고 토로했다. 2020년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규제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투자도 부족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지난해 ‘AI 인덱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규모는 11억달러로 미국(529억달러)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이스라엘(24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AI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랙티브 AI 전문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의 이영복 대표는 “AI 스타트업의 고객사인 한국 기업 상당수는 AI에 친화적이지 않다”며 “정부나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
전 세계에 생성 인공지능(AI)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픈AI의 챗봇 서비스 ‘챗GPT’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구글이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클로드’다. 두 챗봇을 비교 분석한 결과 클로드는 윤리 의식과 유머 감각이 더 있고, 챗GPT는 코딩 실력이 더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프로그램 언어 솔루션 ‘스펠북’을 운영하는 스케일의 개발팀은 최근 두 챗봇의 특징과 역량을 비교 분석한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다.두 챗봇의 가장 큰 차별점은 ‘출처’ 기능의 유무다. 클로드는 답변이 끝나면 ‘편집(edit)’이라는 문구와 이모지가 붙는다. 스케일 팀은 “클로드는 답변을 누가 만들어냈는지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백과사전 플랫폼 ‘위키피디아’처럼 클로드가 답변에 인용한 출처를 사용자들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스케일 팀은 “클로드는 ‘헌법 AI’라는 윤리 원칙 때문에 부적절한 요청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고 챗GPT보다 더 재밌다”고 총평했다. 헌법 AI는 AI 시스템이 인류에 유익하고 해롭지 않으며 정직하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드 생성 능력은 챗GPT가 클로드보다 낫다”고 덧붙였다.챗GPT는 질문에 사람처럼 답하도록 만들어진 비서다. 반대로 클로드는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스케일 팀은 “간결하게 요점을 잘 정리하는 챗GPT에 비해 클로드는 답변이 장황하지만 좀 더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두 챗봇의 유머 감각은 어떨까. 트위터 유료 서비스인 ‘블루 체크’를 비판하는 농담을 ‘사인필드’(1990년대 미국 시트콤) 방식으로 작성하라는 문제에 클로드는 농담을 잘 만들어냈지만, 챗GPT는 아예 농담을 생성하지 못했다.코딩 실력은 챗GPT가 한 수 위였다. 특정 값을 출력하는 코딩 문제를 냈더니 챗GPT는 5번 시도 중 4번 성공했지만, 클로드는 모두 실패했다. 보험 계리사 시험에 나오는 수학 문제는 두 챗봇 모두 성공하지 못했지만, 챗GPT가 좀 더 나은 답변을 내놨다.허란 기자 why@hankyung.com
“메시지버드, 플로라이트 등 유럽 정보기술(IT) 기업이 ‘GPT-3’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서비스가 비유럽권 대규모 범용 AI 시스템(초거대 AI)에 종속되고 있다.”영국 옥스퍼드대 인공지능(AI) 연구조직 생명미래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초거대 AI’를 두고 비유럽권(미국·중국·이스라엘·한국)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챗GPT’ 성능 기반(GPT-3.5)인 초거대 AI가 각국의 AI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다. 초거대 AI 주도권 싸움이 ‘국가 간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면서 각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민관 ‘이인삼각’ 달리는 미·중초거대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인간 두뇌’를 구현하는 원천 기술이다. 이는 인적자원과 연구 인프라, 대규모 투자 등이 집대성된 결과물이다.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AI를 국가 과제로 내세운 미국은 민관이 수조원을 퍼붓고 있다. 미 정부 태스크포스인 국가AI연구자원(NAIRR)은 6년간 3조2410억원을 민간 컴퓨팅 인프라 확충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민간 기업은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오픈AI는 이미 텍스트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와 챗봇인 챗GPT의 유료화에 성공했다. 구글은 언어 AI ‘람다2’를 구글 검색 페이지와 연동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중국은 민관의 경계가 더 모호하다. ‘중국판 구글’ 바이두는 오는 3월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바이두의 초거대 AI ‘어니 3.0’은 이미 AI 스피커, 동영상 편집, 검색 등에 쓰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바이두를 ‘AI 혁신 플랫폼’으로 선정하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로부터 600억원을 지원받은 베이징대 베이징AI아카데미(BAAI)는 GPT-3 매개변수의 10배가 넘는 1조7500억 개짜리 초거대 AI ‘우다오 2.0’을 공개한 바 있다. 베이징에는 2조5300억원이 투입돼 AI 국가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AI 인프라 지원 과제로이스라엘은 지난해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의 ‘글로벌 AI지수’에서 한국을 두 계단 앞지르고 종합순위 5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강국 이스라엘엔 초거대 AI ‘쥐라기’를 개발하는 AI21랩스가 있다. 정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범부처 조직인 ‘텔렘’을 통해 5년간 2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인적자본 확충과 컴퓨팅 인프라 마련을 위해서다.한국 역시 초창기부터 초거대 AI 개발에 열을 올린 국가로 꼽힌다. 네이버, 카카오, KT, LG 등이 언어모델 매개변수를 키우고 텍스트와 이미지 학습을 넘나드는 ‘멀티모달’ 기능을 연구해왔다.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보유한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 ‘서치GPT’ 및 기업 간 거래(B2B)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KoGPT), KT(믿음), LG(엑사원) 등도 서비스에 AI를 접목하고 있다.2019년 ‘AI 국가전략’을 발표한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600억원을 투입해 학습용 데이터 확보 등에 나서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조 단위 돈을 쏟아붓는 미·중·이스라엘 3국에 비해선 턱없이 작은 규모다.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내 초거대 AI 개발은 관련 인프라를 갖춘 극소수 기업만 겨우 수행하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