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몇주간 격하게 반대·바이든도 처음엔 부정적…내부 격론
NBC "국무장관이 타협안 제시, 발표 48시간 전 국가안보회의 보고"
바이든, 탱크 지원 급선회 배경은…"독일 길트고 美는 시간벌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독일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르트 주력전차를 지원하도록 길을 트기 위한 외교적 판단에 따라 그간 꺼리던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을 승인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전차 지원을 발표하면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번 조치를 권고했다"고 했지만, 이는 실제 벌어진 논의 과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언급이며 바이든 행정부 내 의견이 크게 갈렸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이 인용한 미 당국자 3명의 말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전차를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몇 주간 주장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탱크 지원을 원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이후에야 전차 제공안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에 불과 이틀 앞선 지난 23일이었다.

미군 수뇌부가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을 꺼린 것은 현실적으로 더 빨리 제공할 수 있고 유지·관리가 더 수월한 레오파르트 제공이 더 합리적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한동안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전차 지원에 찬성하지 않았으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자 비로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과 독일이 서로 전차 지원을 미루면서 서방 동맹의 균열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지난 17일 이후 제공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미 국방부와 독일 입장까지 고려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는 일을 맡겼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이 계획은 독일을 '엄호'하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한다.

독일은 미국이 전차를 보내야 레오파르트를 보낼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일단 향후 제공을 약속하고 실제로는 수 개월간 이를 미룸으로써 독일이 당장 지원에 나설 길을 열어준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공 의사를 알게 된 오스틴 장관은 제공 방식에 대한 보고안을 만들었다.

지난 23일 설리번 보좌관과 오스틴 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모여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같은 탱크 제공안을 보고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렸다.

행정부 내에서는 상징적인 제스처로서 아주 적은 수의 탱크만 보내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결국 오스틴 장관과 밀리 의장도 전장에 실제 변화를 줄 만큼의 수를 보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탱크에 대한 입장을 바꾼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패트리엇 방공미사일 지원을 놓고 비슷한 논의 과정 끝에 비슷한 결론이 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패트리엇 지원 발표가 난 뒤 군 수뇌부는 허를 찔린 듯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미 당국자들은 서는 전장 상황을 판단해 보고를 올리지만, 백악관이나 미 국무부는 군사적 지원을 결정하면서 정치적·외교적 요소들을 점점 더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NBC의 질의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 국무부 모두 논평을 거절했다.

다만, 보도 이후 국방부 한 고위 당국자는 "에이브럼스의 실제 훈련이나 유지 등 문제에 대한 오스틴 장관이나 밀리 의장의 견해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강한 미·유럽 통합을 보여줄 뿐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실제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