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가격 인하 이후 주문이 급격히 몰려들고 있다는 소식에 테슬라 주가가 10% 이상 상승했다.

테슬라 주가는 26일(현지시간) 개장 후 10.97% 오른 160.27달러에 마감하며 전날 공개된 작년 4분기 실적을 소화했다. 이후 시간외거래에서는 소폭 조정을 겪으며 0.82% 떨어진 15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폭은 작년 7월 이후 가장 크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30% 상승하며 지난해 하락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같은 주가 상승은 전날 시장 기대를 넘어선 실적을 내놓은 영향이다. 테슬라는 전날 작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243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증가한 1.19달러를 기록했다.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치(매출 241억6000만달러, EPS 1.13달러)를 웃돌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1월 들어 회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주문량이 생산 속도의 두 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 미국과 유럽에서 단행한 최대 20%의 가격인하가 수요 진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테슬라는 이와 함께 올해 180만대의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같은 실적과 전망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테슬라에 대해 매수 등급을 유지하면서 12개월 후 목표 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전날 종가 대비 40%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마크 델라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수직 통합이 잘 이뤄진 테슬라에게 주문 강도는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재 거시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현재 강력한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올해 연간 180만대를 인도하겠다는 추정치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주문은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고 평가했다. 가격 인하로 인해 높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 올해 테슬라의 주당순이익 추정치를 기존 3.80달러에서 3.5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전기차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테슬라가 현재 모델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사이버트럭이 빨라야 내년에야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면 2024년에 250만~30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