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태양광 발전의 핵심 부품인 웨이퍼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독자적인 태양광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걸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첨단 태양광 웨이퍼 생산에 핵심적인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기술 목록에 추가하는 것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웨이퍼는 사각형 모양의 초박형 실리콘으로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이다. 태양광 패널은 폴리실리콘(소재)-잉곳(부품)-웨이퍼(부품)-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를 모아놓은 패널) 순으로 생산이 이뤄진다. 세계 태양광 웨이퍼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97%로 압도적이다.

중국이 태양광 생태계에서 누리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EU, 인도 등 세계 주요국은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태양광 공급망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청정에너지 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정책연구소 트리비움차이나의 코시모 리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당국은 독자적인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 EU, 인도의 움직임에 대해 분명히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술 수출 통제가 대응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은행(IB) 다이와캐피털마켓 측은 "웨이퍼 시장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지위와 상대적으로 높은 진입장벽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수출 금지를 고려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의 웨이퍼 기술 금수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파장은 클 전망이다. 외국 업체들이 중국의 첨단 웨이퍼 대신 노후화된 웨이퍼를 사용한다면 태양광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초박형 웨이퍼는 태양광 발전 비용을 90% 이상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