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PC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인텔이 지난해 4분기 네 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겪으며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까지 PC 시장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란 회사의 자체 전망에 주가는 9% 이상 하락했다.

인텔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줄어든 14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팩트셋이 집계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평균 예상 매출 144억9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4분기 46억2000만달러에 달했던 순이익은 6억6400만달러의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시장 전망치 2억7800만달러보다도 두 배 이상 큰 폭의 손실이다.

문제는 이런 약세가 올 들어서도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우울한 시장 상황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에 고객들의 쌓여있는 반도체 재고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이번 분기 매출을 105억~115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월스트리트 추정치 평균인 139억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회사는 올 1분기에 15센트의 주당순손실을 예상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24센트 주당순이익을 예측했으나 회사는 적자를 벗어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인텔이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낸 적은 최소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수익성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회사는 매출에서 생산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률이 1분기에 39%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인텔의 주가는 이날 장중 1.31% 상승한 30.09달러에 마감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9.70% 하락한 27.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런 부진한 실적은 글로벌 PC시장의 약세가 생각보다 오래, 강도 높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급하는 인텔의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매출은 6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6% 감소했다. 회사는 "소비자와 교육 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고객들이 쌓여있는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면서 신규 구매를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28.5% 감소했다. 가트너는 "시장 조사를 시작한 1990년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시장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이같은 시장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앞서 이달 초 올해 PC 출하량을 2억7000만~2억9500만대로 전망했지만 이날은 이 범위의 하한선이 될 것이라며 시장이 더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텔은 이런 위기 상황을 비용절감으로 대처하고 있다. 올해 정리해고를 포함해 30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약속했다. 2025년까지 비용절감 목표를 최대 10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제조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미국과 유럽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을 활용해 미국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 독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겔싱어 CEO는 "장기적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단기적인 도전을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