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러보다 금"…온스당 2천달러에 육박한 금값 [원자재 포커스]
국제 금값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절정기였던 2022년 8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가격에 근접하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6일(현지시간) 국제 금 3월물 가격이 최근 6주 연속 상승하면서 온스당 194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저점으로부터 20% 상승한 수치이다. 금값의 상승세가 계속돼 2000달러 고지까지 넘어선다면 역대 최고가인 작년 8월의 온스당 2069달러 가격도 넘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금 투자는 인플레이션 시기에 대표적인 위험 회피 수단으로 통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세계 주요국들이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는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국채는 안전성 측면에서 금에 버금간다. 여기다 이자라는 과외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금보다 더 매력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지난해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한 킹달러(달러화의 강세) 현상도 외국 투자자들의 금 선호 심리를 저해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시 달러보다 금"…온스당 2천달러에 육박한 금값 [원자재 포커스]
다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달러화도 지난해 9월에 비해 10% 가량 약세를 보이고 있다. Fed가 인플레이션 정점론에 따라 긴축 속도를 줄일 것이란 시장의기대감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금에 대한 수요가 확산한 것으로 분석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WSJ는 "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경우 금값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작년 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것도 금값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대표적인 금 소비국이라는 점에서다. 헤지펀드 운용사를 비롯해 투기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최근 금 선물시장에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금 이외에 은과 백금 등 귀금속 가격도 함께 올랐다. 은의 경우 최근 3개월간 25%, 백금은 15%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금값이 역대 최고치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변수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짐 스틸 HSBC 귀금속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향후 Fed가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금리 인하로까지 전환하는 방향으로 단행하지 않는다면 금 투자자들이 실망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금 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